윤여문 대전 동구 생활지원국장
[투데이포럼]

임진왜란의 승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우리는 항상 이순신 장군을 외치게 된다. 세계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병법과 전략으로, 12척의 배로 적군을 물리친 일화는 자랑하고 또 자랑하고 싶은 우리 역사다.

이순신 장군의 훌륭한 업적과 더불어 꼭 기억해야 할 또 다른 분들이 계시다. 다름아닌 마을 느티나무에 북을 매달고 쳐서 의병을 일으킨 홍의장군 의병장 곽재우와 그와 함께 나라를 구한 수많은 민초들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을 어찌 관군에게만 맡길 수 있는가, 우리 고을에 싸울 수 있는 청년이 수백 명은 될 것이니 우리가 단결해 정암진(鼎岩津)을 지킨다면 향리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것인가”

곽재우 의병장의 결연한 말씀은 바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무능력한 임금과 부패한 조정 대신들이 전쟁이 나자 도망치고, 그 후로도 당파싸움과 권력 분쟁으로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을 때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워 국난을 극복한 영웅들은 바로 이 땅의 민초들이었다. 이 민초들은 임진왜란 뿐 만이 아니라 풍전등화(風前燈火) 노인 조국 앞에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역사의 부름 앞에 스스로 끊임없이 일어났다. 3·1만세운동, 3·16인동만세운동, 6·25전쟁, 월남전 참전, 6·10민주화항쟁, 그리고 최근 국정논단으로 일어난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까지…

지난 봄까지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의 광장에 뜨겁게 타올랐던 국민들의 외침은 정치적 무관심과 애국심 저하라는 시대적 특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우리들 가슴에 깊숙히 박혀있던 민초들의 우국정신이 다시 되살아난 것이다. 다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으나, 세대간 생각의 차이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6·25전쟁을 겪어내고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룬 근대사의 주인공인 기성세대는 태극기를 최루탄과 군부독재를 민주화 항쟁으로 물리친 386세대와 젊은이들은 촛불을 들었을 뿐이다. 이러한 세대간 간극은 앞으로 함께 좁혀갈 통합의 과제로 여겨지나,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다고 믿는다.

역사적 경험에 따라 방식만 다를 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한결같기 때문이다.

우리 가슴에는 민초의 맥박이 쉼없이 계속 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바로 이 애국심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는 전 세계에서 부러워할 만한 국민들의 행동양심이다. 부패한 권력에 저항하는 정신, 어려운 시기에 참여하는 우리들의 애국정신이 민주주의를 한번 더 나아가게 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더 나은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6월은 우리가슴에 호국지심을 한번 더 되새기기에 좋은 달이다. 2010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는 곽재우 의병장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날인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제정·공포하여 그 뜻을 기리고 있다.

6월 6일은 현충일, 6·10민중항쟁, 6·25한국전쟁일로 이어지니, 참으로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뜻깊은 6월, 가까운 호국보훈공원이나 현충원을 자녀분과 함께 방문해 나라를 위해 힘쓰신 순국선열들을 기리시는 것도 호국의 맥박을 잇는 또 하나의 길이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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