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련 서천교육장
[시선]

우리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뉴런은 다른 뉴런과 시냅스를 통하여 매우 복잡하고 고도화된 구조의 연결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작은 뉴런이라도 500개 정도의 시냅스가 있다고 하니, 뇌는 그야말로 소우주인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온갖 정보는 전기신호로 되어 시냅스를 거쳐 다른 뉴런으로 전해진다.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뇌의 신경경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현상인데, 신경경로는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며,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능의 습득이 왕성한 유년기 때 사용되는 새로운 신경경로의 활동성이 최대치를 보인다. 성년기나 노년기에는 그 잠재성은 약간 감소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술을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습득할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뇌신경 가소성을 일생동안 유지한다고 한다.

우리는 종종 숙명론에 빠지며 스스로를 위로하듯 어떤 틀 안에 가두고 도전과 변화를 회피한다. '나는 안 돼.' '원래 그런 놈이야'라고. 나아가서 교육현장에서도 그런 숙명론은 종종 나타난다. '너는 공부는 안 돼.' '이 아이는 원래 수학은 못해'라면서….

교육에서 이러한 숙명론을 부추기는 것이 학생들의 능력은 제 각각 다르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나 한다. 독수리는 높이 나는 재주가 있고, 다람쥐는 나무를 타는 재주가 있으며, 오리는 헤엄을 잘 치는 재주가 있으니 독수리에게 수영을 요구하지 말고, 다람쥐에게 비행을 요구하지 말며, 오리에게 나무타기를 요구하지 말라는 비유를 곧잘 들었다. 나아가 한 가지만 잘하면 살아간다고 강조하였다. 바야흐로 현대는 융합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시대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 학생들은 한 가지만 잘 하면 되는 사회부품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런 부품적인 사람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인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춘' 인간이 되기가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엄청난 사회변화가 예상된다. 미래의 변화에 대비할 힘을 '미래핵심역량'이라고 한다면 충남교육청의 '참학력'은 그 역량을 길러주고자 하는 고민의 산물이다. 충남교육청이 제시하는 핵심역량은 '자기관리 능력, 다중문해력, 문제해결 능력, 대인관계능력, 민주시민의식, 문화적 소양, 생태적 감수성'의 일곱 가지이다. 이 중에 '다중문해력 Multiliteracy'은 문자, 구두(口頭), 시청각,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된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해석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기초기본 학력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중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나의 문단을 읽고 핵심 주제어를 찾아낸다든가, 1/2+1/3를 2/5가 아닌 5/6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국어 읽기와 쓰기, 수 개념 형성과 구구단 외우기 등의 기초학습과 3학년 이후의 기본학습은 완전 성취가 되지 않을 경우 상급학교 학습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정도로 꼭 성취하고 넘어가야 할 핵심 요소들이다. 기초기본 학력의 보장은 보통교육의 의무이며, 출발선이 평등한 교육의 기본 요건이고, 사회불평등을 최소화하는 시발점이다.

인간의 두뇌는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변화하고 재조직화되는 가소성(可塑性)을 가진다. 학생의 능력을 특정한 부분과 수준에 제한하며 기초적인 다중문해력인 기초기본학력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은 교육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기초기본학력 보장은 '참학력'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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