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연 공주대 겸임교수
[수요광장]

오늘 살고 있음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다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일을 시작하며 만나는 인연에게 감사하다, 고맙다고 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행복할 것이다. 

6월을 장미의 계절이라고 한다. 솜털 같은 꽃 몽우리를 보면서 탄생을 느끼고, 피어나는 꽃들의 예쁜 색깔과 매력적인 모양에서 젊음을 확인하고, 지는 꽃잎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배운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보기 좋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화사하게 활짝 핀 꽃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해 준다. 

어디 꽃들뿐인가. 사람들도 환하게 웃고 있으면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져 다가가고 싶다. 인격적으로 양란처럼 멋스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품이 동양란처럼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항상 다른 사람의 좋고 훌륭한 점을 들춰내 높여주고 칭찬하기를 아끼지 않는다. 

꽃과 같이 좋은 분들과 지난 주말 서산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차창으로 비치는 풍경은 눈을 즐겁게도 하고 마음을 아프게도 했다. 청정한 녹색의 향연은 영혼을 맑게 해 주는 것 같았으나, 가뭄으로 볼품없이 거북등처럼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를 지날 때는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마음으로 소나기라도 한줄기 내려주기를 바라면서 국보 제84호인 마애여래 삼존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산길 따라 골짜기로 들어서서 계곡을 바라보니 시원한 바람은 불어오는데 흘러야 할 물이 없다. 

바다에 가면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배워오고 산에 가면 깊은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내면의 세계를 배우라 했는데 물이 없으니 날이 가문 뒤에야 비의 고마움을 안다는 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리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문(不二門)을 지나 마애여래 삼존상 앞에 다다르니 해설사가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부처님의 미소가 다르다며 재치 있는 설명을 했다. 중앙에 자비로움과 여유로움으로 넉넉한 미소를 머금은 석가여래입상, 왼쪽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간직한 제화갈라보살 입상, 오른쪽에 천진난만한 소녀의 미소를 품은 미륵반가사유상이 모셔 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신비한 것은 마애여래 삼존상의 영험 때문에 입시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여 필자도 원하는 소망을 서원하고 다음 장소인 해미읍성으로 향했다. 해설사가 성문 앞 왼쪽에 서서 청주에서 오셨으니 이것은 꼭 보고, 알아가야 한다며 진지하게 설명했다. 그것은 높은 성벽을 쌓는데 왼쪽은 청주에서 쌓고 오른쪽은 공주에서 쌓았다며 그 표지석을 가르치는데 희미하게 청주(淸州)라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만일에 석축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다시 가서 쌓아야 할 책임흔적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에서 청주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 같았다. 그 때의 청주는 해미에 비해 각 지방에서 생산된 농산물 등 생활물자가 집결하기에 용이했고 교통과 국방의 요충지로도 지리적 이점이 있었기에 충청병영이 청주로 이설해 충청병마절도사가 주둔했다는 설명도 부연했다. 그렇게 흔적의 역사가 남겨진 해미성 성문을 들어서니 지나간 날 왜구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했던 총포들이 전시돼 있었다. 몇 점 안 되는 유물들이었지만 보면서 임진왜란의 참화와 6.25의 아픔을 생각하게 됐고 6월이 호국보훈의 달임을 되새기게 했다. 조국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거룩한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나라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서로가 추모의 마음을 모으고 우리가 오늘 살고 있음에 감사하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