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커넥토그래피 혁명'

미래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힘은 영토·군사력이 아닌 '연결성'

신간 '커넥토그래피 혁명'

저자 파라그 카나가 설명하는 자신의 책[https://youtu.be/UgLyWAmZupE]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나폴레옹은 '지리가 운명이다'(Geography is destiny)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리적 환경은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그러나 국제관계 전문가인 파라그 카나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더는 지리적 환경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2009년 '제2세계'에서 미국의 단일패권 시대가 무너졌다고 진단했던 그는 신간 '커넥토그래피 혁명'(사회평론 펴냄)에서 이제 새로운 미래 질서를 이끌 힘으로 '연결성'에 주목한다.

책은 먼저 세계지도가 다시 그려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지도는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자연적 지도와 국경선으로 구분된 국가를 표시하는 지정학적 지도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고속도로와 송유관, 가스관, 철도, 해저인터넷케이블망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표시하는 기능적(functional) 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의 또 다른 열쇳말은 공급망이다. 세계 곳곳에 산재한 기반시설들이 물류로 치밀하게 연결된 시대에는 영토를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영토를 누가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자국의 영토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것은 이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공급망을 자기편으로 끌어와 자원과 상품의 최대 생산자가 되고 거래에서 최대의 가치를 얻는 것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국가와 영토가 아니라 국경을 뛰어넘어 연결된 도시들과 기업이 있다.

새로운 지도와 공급망이 중요한 세계를 포괄하는 키워드는 바로 연결성이다.

책은 전통적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영토의 크기와 군사력에 의해 측정됐지만, 오늘날 권력은 연결의 범위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에서 나온다고 본다. 국가의 중요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위치나 인구가 아니라 자원과 자본, 데이터, 인재를 얼마나 잘 연결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연결성의 확대는 세계의 안정성에도 기여한다.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나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쉽사리 또 다른 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면 더 이상 자원을 두고 갈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시각에서 북한 문제의 해법도 제시한다. 2012년 북한을 방문했던 저자는 북한과 이웃 국가들 사이에도 비공식적으로 연결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흐름이 마찰을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북한이 고립된 상태에서 위조화폐를 만들고 양귀비와 마약을 밀수하는 것이 나은지, 연결을 통해 합법적인 국제적 생산체제와 관광 공급망에 합류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리에게 좋은지를 되묻는다. 북한의 정권 붕괴나 김정은이 물러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면서 북한을 공급망에 통합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굴복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전략이며 모든 국가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나폴레옹의 말에 빗대 "우리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람과 자원에 대한 올바른 연결을 통해 인간과 경제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더 많은 연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영태 옮김. 624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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