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 대전 대덕구청장
[투데이포럼]

우리는 평소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늘 곁에 있고, 특별히 어떠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기도 최근 환경오염과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평화와 안정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주변 정세에도 우리가 그나마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군 장병들의 철통같은 방어태세 덕분일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가 존망의 갈림길에 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지키고 희생한 애국선열과 국군장병을 뜻을 기리고 되뇌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6월은 또 역사의 질곡과 아픔이 아로새겨진 달이다.

얼마 전에 지난 현충일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킨 날을 기념하는 ‘의병의 날(1일)’을 비롯해 민족의 아픔이었던 한국전쟁 발발일(25일)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아픔과 애환의 일을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젊은 군인들이 안타깝게 희생됐던 1·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사건 말이다.

북한은 1999년 6월 15일과 월드컵 열기에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두 차례에 걸쳐 북방한계선(NLL)을 도발했다. ‘서해교전’으로 부르다 ‘연평해전’으로 불리게 된 이 전투에서 우리는 큰 아픔을 겪었다. 대한민국 해군은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아 참수리급 고속정 357호가 침몰당했고, 윤영하 소령을 비롯한 6명의 전사자와 18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뒤이어 우리의 서해에서는 큰 도발이 또 벌어졌다. 1999년에 제1차 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초계함 천안함이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것이다. 북한의 불법적이고 기습적인 공격으로 46명의 젊은 용사들이 희생됐고, 이들을 구조하는 과정에서는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다.

이렇게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되고 북한의 남침 도발 야욕이 드러난 사건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저 남일, 아니면 오래전 있었던 일인 것처럼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픔을 잊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와는 큰 관계가 없는 사건으로 보통 여겨지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연평해전과 천안함 희생자들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열고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화와 안정은 공짜가 아니다. 강한 국력과 안보의식에서 비롯되는 지극히 얻기 어려운 산물이다.

영국의 유명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혹자는 잘 잊는 우리의 특성을 비하해서 ‘냄비근성’이라고 했지만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전쟁, 역경을 견디고 극복해온 우리다.

항상 대비하는 사람에게 위기는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도 있는 문제일 수 있고, 이를 큰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상의 바쁨에 빠져 있더라도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이들을 찾아 위로하고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비교적 근래에 벌어진 이 두 사건의 희생자들은 우리 지역인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의미가 깊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애국·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을 기리고, 우리의 밝은 미래를 위해 가족의 손을 잡고 대전현충원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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