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규 한국기계연구원 4차 산업혁명 R&D센터장
센터 조직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융합 로드맵 제시
첫 과제는 산업용 로봇 자율작업·제조 핵심기술 개발
움직이는 머신에 AI·IOT센서 탑재… 작업공구도 선택
로봇 대체로 일자리 일부 사라져도 새직업 생길 것
늘 갖고 다니는 생각노트에 아이디어 적어
다음연구 ‘머신러닝+가상현실 프로토기계’

▲ 최상규 한국기계연구원 4차 산업혁명 R&D(연구·개발)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지금껏 인류사의 발전사에서 1차, 2차, 3차와 견줄 수 없을만큼의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지 오래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수립했고 대다수 전략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키워드와 궤를 같이했다. 4차 산업혁명을 크게 3가지로 압축하면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이다. 인공지능(AI)부터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 프린터까지 수많은 과학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톱니바퀴로 부상 중이다. 대전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충청투데이는 4차 산업혁명의 첨병에 서 있는 최상규 한국기계연구원 4차 산업혁명 R&D(연구·개발)센터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갈 미래사회 전망과 기술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흩어진 기술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은 지금껏 인류의 발전사에 있어 1차, 2차, 3차 산업혁명과 비교했을 때 견줄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상규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 4차 산업혁명 R&D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6일 조직된 기계연 4차 산업혁명 R&D센터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미 기계연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로봇, 3D프린팅, 자율주행차, 신소재 4개 분야에 대한 선도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어느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 쓰일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이 부상하며 각각의 기술들도 덩달아 이슈의 중심에 섰지만 다 제각각으로 분류됐고, 융합하려는 시도가 잘 안 됐었다"며 "센터를 조직한 이유는 흩어진 기술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함이며, 인접한 출연연들과의 협업도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융합의 첫 시도

4차 산업혁명 R&D센터에 던져진 첫 번째 과제는 '자율작업 및 제조를 위한 핵심기계기술' 개발이다. 단순반복작업에 쓰던 산업용 로봇을 인공지능을 부여하고 여러 작업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로봇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센터는 이를 위해 가칭 '비정형작업환경을 위한 IOT 및 AI 기반 저가 다기능 이동식 자율작업기계 시스템'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정형작업환경은 고정된 위치에서 컨베이어벨트 위를 지나가는 부품을 단순히 조립하는 정형적인 환경을 벗어나 로봇이 스스로 돌아다니며 갖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장소다. 로봇이 이런 환경에서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AI가 필수다. 또 고정된 위치에서는 작업에 제약이 커 이동할 수 있는 바퀴나 다리도 있어야 한다. 최 센터장은 다양한 종류를 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인 '모듈러 타입'에서 해답을 찾았다. 2~3개의 바퀴 혹은 다족형으로 이뤄진 머신 플랫폼 위에 AI와 IOT센서를 탑재한 로봇을 얹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여러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작업 도구 또한 모듈러 타입으로 구축할 복안을 세웠다.

최상규 센터장은 “수많은 작업을 하나하나 로봇에 입력하는 것은 번거롭고, 한계가 있어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작업환경을 이해하고 어떤 일을 할지 로봇이 판단한 후 일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율작업기계가 제 기능을 하려면 무작위로 쌓인 물체를 순차적으로 집어 정리하는 빈피킹(Bin-picking)부터 각각의 작업에 맞는 공구를 골라 사용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최 센터장은 "건설현장에서는 벽돌을 나르고 도축장에서는 고기를 썰고 구분해야 하는 등 현장마다 필요한 도구가 다르고 기능 또한 천차만별"이라며 "작업자가 편리하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자 기반의 조수 역할을 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혁명과 일자리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놓고 학계를 비롯해 수많은 전문가가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인간이 하던 수많은 일자리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대체해 노동의 가치가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부터 기존 산업혁명처럼 인간의 자리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최 센터장은 "낙관론과 비관론 모두가 팽팽한 입장인 가운데 나는 중도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일자리는 없어질 것으로 확신하며, 단순 반복 작업은 모두 로봇이 차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력이 재배치 될 것이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로봇 이후에 로봇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직업들이 새로 등장할 것이로 보편화된 이후에는 또 다른 직업들이 생겨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는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계', 즉 생각하는 기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손과 발이 돼 보조할 수 있는 기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이 심각한 고민과 사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센터장은 "같이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고 수없이 말하고 있다"며 "단순히 기술의 진보만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연구과제는 무엇이 되나

최상규 4차 산업혁명 R&D센터장은 손바닥 크기의 '생각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어둔다. 다음 연구과제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도 최 센터장은 생각노트를 꺼내 그간 적어뒀던 아이디어를 풀어놓았다.

최 센터장은 "이동식 자율작업기계 시스템 다음 과제로 생각해 둔 것은 머신러닝 기법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기계설계 제작과 시험 교육"이라며 "지금까지 기계를 설계할 때는 캐드를 많이 썼는데 버츄얼리엑터를 활용하면 기계를 어떤 형상으로 설계했을 때 문제는 무엇이며 어떤 장점을 지녔는지 가상공간에서 작업하며 실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토타입으로 설계된 기계가 현장에서 쓸 수 있을지 형상 측면이나 크기, 기능, 무게를 고민할 수 있는 단계의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 4차 산업혁명 R&D센터는 에너지와 환경에서도 많은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최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키워드들인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센서, 빅데이터를 결합한다면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 기술과 환경분야 기술이 생겨날 것"이라며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응용범위를 무궁무진하게 넓혀나가는 것이 앞으로 목표"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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