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기원' 주제로 한 '오리진' 연재

▲ 신작 '오리진'을 설명하는 윤태호 작가
▲ 신작 '오리진'을 설명하는 윤태호 작가
▲ [저스툰 제공]
▲ [저스툰 제공]
▲ 신작 '오리진'을 설명하는 윤태호 작가
▲ 신작 '오리진'을 설명하는 윤태호 작가
▲ [저스툰 제공]
▲ [저스툰 제공]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교양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대죠. 그리고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범주를 넓히는 데 관심이 있는 시대에 맞는 만화입니다. 최대한 공부 많이 해서 보여드릴게요."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3년 만에 신작 '오리진'으로 돌아왔다. 비정규직 문제와 직장인의 애환(미생), 신안 앞바다 보물을 찾으러 모인 사람들(파인),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범죄(이끼) 등 사회성이 강한 작품들을 해왔던 작가는 이번엔 '교양만화'를 택했다.

웹툰·웹소설 전문 플랫폼인 '저스툰'(www.justoon.co.kr)을 통해 연재를 시작한 '오리진'은 '기원'(origin)을 뜻하는 제목처럼 미래에서 온 로봇 '봉투'가 사람들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배워가는 스토리로 '세상 모든 것의 기원'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8일 서울 동교동 작업실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는 '교양만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이 강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학교에서 다 배웠던 내용인데 팟캐스트 같은 데서 인문학 관련 내용을 다시 찾아서 보잖아요. TV 강연 프로그램도 활성화됐고요. 이런 걸 보면 지적 호기심이 강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런 게 있죠. 만화 그리기 위해 취재를 하거나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뭔가 고무되는 게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교양이라고 말하는 것들, 각각의 단어들을 파고들어 언제부터 이런 것들이 시작됐는지 알아보자는 거죠."

윤 작가는 그러나 정보 전달이 주가 되는 학습만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어제 읽은 백과사전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드라마 내용은 기억하는 것처럼 서사가 들어가면 이해와 암기가 훨씬 편하잖아요. 그래서 서사를 중심으로 한 순(純) 만화에 가까워요. 기존 학습만화는 만화 내에서 이론을 가르치려고 애를 쓰는데 '오리진'은 자연스레 서사가 있고 그 뒤에 따로 전문 필자들이 소개하는 정보를 담는 식입니다. 학습만화는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담기 위해서는 방대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가 필요했다.

5명으로 구성된 편집팀이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훑은 뒤 윤태호 작가와 토의를 통해 주제를 정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초청된 전문가는 만화 뒷부분에 실리는 정보 관련 내용을 썼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과 인류학자 김현경,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조진호 민족사관고 교사 등이 전문가로 이번 작업에 참여한다.

"카테고리를 잡는 것도 힘들었어요. 원래 2015년부터 계획했던 작업인데 1권의 주제를 뭐로 하느냐를 고민하면서 여러 번 뒤엎느라 오래 걸렸어요. 소재는 '교양이라고 칭해지는 모든 것'으로 설정했어요. 바늘이 될 수도 있고 바늘에 대한 인류사가 될 수도 있고, 상대성 이론이 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1권은 '보온'(保溫)에 대한 이야기예요. 보온은 따뜻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온도를 유지하는 의미도 있어 '냉장고는 보온통'이라는 말도 성립되죠. 이런 식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걸 새롭게 보기를 시도할 겁니다. 앞부분은 보온처럼 생존과 관련된 소재로, 뒷부분은 인류가 확장한 정신적인 것들과 기초과학과 관련된 내용을 다룰 계획입니다."

'오리진'은 작가에게 여러모로 도전적인 작품이다. 100권 규모의 대작인 데다 처음부터 2차 판권 등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저스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저스툰'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운영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윤 작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미생'이나 허영만 선생님의 '꼴','식객' 같은 기획만화가 독자들이 좋아하고 구매력도 있어요. 또 2차 판권이 팔리는 것들은 장르물이죠. 그래서 기획 만화와 장르물 전문 사이트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상화 작업도 많이 해보고 싶은 꿈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위즈덤하우스 연준혁 대표와 많이 나눴습니다. 또 책으로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토크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은 계획도 있습니다."

매회 콘티가 나오면 편집자 의견을 듣고 데생이 나오면 또다시 보여주면서 작업하는 방식도 처음이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고 그다음 단계로 들어가는 식으로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만화에 입문한 지 30년째인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죠. 띄어쓰기, 맞춤법, 일상적으로 썼던 비문들 같은 것도 잘 몰랐는데 검토를 받고 수정하게 되니까 좀 더 나아가는 과정이 생긴 거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저를 배려해주면서 이야기를 해주니까 받아들이지 않을 재간이 없어요. 이런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인 카리스마로 일을 진행하면 그 카리스마가 휘발될 경우 시스템 유지 동력이 사라져 중간에 망하게 돼요."

다음 웹툰에서 '미생 시즌 2'를 연재하랴, '오리진'을 안착시키랴 하루 2∼3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만 차기작도 벌써 계획이 잡혔다.

"다음 만화는 극지·오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어요. 오리진이 안정되고 미생도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바로 그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첫째는 남극 이야기고 두 번째는 열기구, 그 다음은 그린란드에서 한 달 살아보기 이야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극에는 이미 다녀왔고 일본 사가현에서 열리는 열기구 대회에도 갔다 왔어요. 그린란드는 같이 갈 사람도 벌써 구해뒀어요." zitrone@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