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① 엄마의 아픈 손가락
첫째 아들  과잉행동장애
둘째는 父폭력 모방 일쑤
그래도 아이들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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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김모 씨가 8일 자신의 집 안에서 냉장고에 붙여진 형제의 사진을 보고 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그들의 삶은 늘 벼랑 끝, 한 발자국 앞이었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45·여) 씨는 지난해 남편과의 연을 끊었다.

젊었을 적 중매로 만나 10년 넘게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되풀이되는 남편의 폭력 속 김 씨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남편은 매일같이 술을 마셨고 그럴 때마다 집안은 살림살이 하나 멀쩡히 남아있지 못했다. 김 씨는 “단순히 욕을 하고 집기를 부수는 정도였다면 그래도 남편과 어찌어찌 살아가보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이혼은 자식들을 지키려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남편은 때때로 아이들을 발로 때렸고 심할 때는 “찔러 죽여버리겠다”며 칼 또는 가위를 휘두르기도 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남편의 협박 속에서 이들 가족은 매일같이 출구 없는 긴장을 달고 살았다. 그는 “따로 피할 데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늘 아이들이 지켜보는 속에서였다. 칼을 들이댈때마다 나도 정말 무섭고 두려웠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이 아버지의 그런 행동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 씨가 삶을 이어가는 이유는 오로지 두 아이 때문이다.

큰 아이 영민이(가명)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를 앓고 있고 10살 둘째 영준(가명)이는 폭력적인 아버지의 행동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에 모방행동을 하기 일쑤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그에게 첫째는 항상 더 아픈 손가락이었다.

남편은 장애아동을 키울 수 없다며 첫째를 장애시설에 보내라고 했지만 그에게는 “못 먹고 못 입을지언정 생각할 수도 없는 문제”다.

김 씨는 아이들이 학교 간 시간에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과 장애아동 재활치료, 자녀 양육까지 자신의 삶은 잊어버린 지 오래로 모든 심신이 지쳐있지만 그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간신히 대출로 마련한 열평 남짓 방 안에서 오늘도 김 씨는 아이들의 미소 하나에 하루를 넘긴다. 그는 “뒷받침만 잘 해주면 제대로 잘 클 수 있는 아이들인데 내가 부족해 못 해준다는 게 가장 미안하다. 남들의 반만큼이라도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16일자 1면에 2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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