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어두운 폐쇄 공간, 줄곧 이어지는 둔탁한 음향, 등장인물들의 우울한 표정,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주인공 어머니의 "가자"라는 의미 모를 외침 그리고 참담한 결말 등 1950년대 전쟁 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네오 리얼리즘 기법으로 가차 없이 비쳐준다. 특히 장애인 복지문제, 그 시절에는 참전 상이용사가 위주였다. 그리고 빈부격차, 갑질의 횡포, 극심한 이념 갈등 같은 당시 우리사회의 현안이 주인공 철호-영호 형제 가족 구성원의 비극적 운명의 행로를 좇아가며 조명된다. 데자 뷔, 어디서 겪은 것 같은 기시감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60년을 훌쩍 지나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채 그냥저냥 떠안고 있는 과제는 여전히 비슷한가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나서 심신이 정화되고 뿌듯한 행복감을 느끼면 좋겠지만 '오발탄'에서는 이제부터 우리사회가 본격적으로 해소해야할 참으로 해묵은 숙제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듯 여러 생각이 오갔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