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과거에 묶인 미국과 미래에 사는 북유럽

신간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노르웨이와 덴마크,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노르딕(북유럽) 국가들은 행복지수를 조사할 때마다 늘 상위권에 오른다. 반면 세계의 최강대국인 미국은 노르딕 국가들보다 행복도가 높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핀란드의 기자 출신으로 미국에서 사는 아누 파르타센은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원더박스 펴냄)에서 두 지역에서 모두 살아본 경험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미국인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이주한 저자는 미국은 과거에 묶여 있고 노르딕 나라들은 이미 미래에 살고 있다고 표현하며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으로 두 세계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개인주의다. 노년층에 대한 주거 혜택, 탁아서비스, 보편적 의료, 무료 교육은 모두 개인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여러 경제적 의무에서 해방되면 사람들은 순수한 인간적인 유대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자신의 진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의 논리다.

저자는 개인주의 경향은 가족의 전통적 가치를 해체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의 현대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노르딕 국가에서는 고교를 졸업하면 성인으로 독립한다. 여기에는 주택 임대 보조금 지원 같은 국가의 지원이 뒤따른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자녀들은 자족하는 성인으로서 부모와 평등한 관계로 서로에게 사랑과 애정을 표시할 수 있다. 장기간 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부모가 있더라도 보편적인 공공의료를 통해 치료와 비용 부담이 해결된다면 아픈 부모와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노르딕 지역은 혼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들이다. 그러나 결혼만 하지 않았을 뿐 아이가 양쪽 부모 슬하에 있을 가능성이 미국 아이들보다 더 크다. 결혼하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혼했건 동거 중이건 한부모이건 자녀들은 모두 비슷한 혜택을 받는다. 미국처럼 배우자의 의료보험 때문에 이혼을 못 하거나 이직을 단념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연한 직장생활은 충분한 유급출산휴가 정책으로 오래전에 보장됐다. 핀란드에서는 '기저귀를 안 갈면 진짜 남자가 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르딕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아이 얼굴도 못 볼 정도로 슈퍼맘이 되지 않아도 된다.

노르딕 나라들의 복지가 높은 세율과 많은 세금 부담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저자는 "치르는 값만큼 복지를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르딕 사람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있고 특정 집단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기본적인 지원 구조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세금들은 어디에 쓰이는지 알지 못하며 복지정책들은 받는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모욕감을 주며 의존관계를 조장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노르딕 나라들에 대한 찬사들에 과장된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높은 삶의 질과 건전한 사회가 21세기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하나의 모범을 창조해 냈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책에 나온 미국의 사례들은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노르딕 국가들의 사례는 우리의 모범으로도 참고할 만하다. 노태복 옮김. 43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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