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변평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여름 피서철이 되면서 바다의 상어 출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도 인근 수역에서 자주 목격되어 왔는데 지난해는 동해, 즉 영덕 앞 바다에서 24t 어선에 길이 150㎝의 청상아리가 걸렸었다. 백상아리가 수온이 오르는 서해를 출산장소로 택하는 것이고, 바다 생태계의 변화에 따라 동해의 오징어 떼가 서해로 옮겨지며 이를 먹잇감으로 하는 돌고래가 이동하면서 역시 상어가 뒤따른다. 그래서 서해 바다는 4~8월, 상어의 출현에 해수욕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서해는 상어보다 더 무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모 TV방송에서 일부 여부들이 소위 '모기장 그물'로 서해의 어족자원을 깡그리 쓸어버리는 뉴스가 있었다.

물론 서해의 우리 어장을 불법적으로 싹쓸이 하는 가장 큰 주범은 중국 어선들이다. 지난해 우리 해경이 단속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건수가 405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TV에 나온 불법조업의 주연들은 중국 어선이 아니고 우리 어선들이었다. 단속선이 나타나자 도망치는 것도 중국 어선이 아니라 우리 어선이었고, 심지어 고기가 가득 잡힌 그물을 통째로 바다에 버리고 도망치는 어선도 있었다.

원래 그물코의 길이는 2.5㎝.

그런데 이날 TV에 방영된 그물코는 5㎜. 허가된 크기보다 다섯 배나 작게 만들어 어부들은 이것을 '모기장 그물'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모기장같이 작은 치어까지 모조리 잡히게 된다. 물론 치어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그 어린 새끼들까지 싹쓸이하는 바람에 그물에 걸린 치어들이 고기로 보이지 않고 물처럼 출렁거린다. 어떻게 이렇게 무자비할 수 있을까? 결국 이것은 서해바다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남해는 물론 제주도 인근 수역까지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그런데도 이들은 어쩌자고 모기장 그물을 사용하는 것일까?

이날 방영된 TV에 그 대답이 나온다. 촘촘한 그물이어서 곤쟁이나 까나리 치어 등 모든 잔고기까지 다 잡아 큰 것은 어판장으로 보내고, 작은 치어들은 그 자리에서 호스로 빨아들여 트럭에 싣고 사료공장으로 직행한다. 그러니까 대답은 돈.

가끔 단속에 걸려도 벌금이 워낙 낮아 실효성이 없고, 그나마 단속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하루에도 수백t의 어족들이 서해바다에서 씨를 말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우리의 수자원은 날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해파리 떼의 출몰에 녹조, 적조 현상, 특히 산호초의 백화현상도 심각하다.

거기에다 쌍끌이로 대표되는 저인망 어업의 확장 등에 '모기장 그물' 어업까지 밤낮없이 이루어지니 우리 바다는 그저 죽어갈 수밖에 없는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해마나 수천억원을 들여 치어를 방류하는 등 어족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도 '모기장 그물' 어업 같은 싹쓸이 어업으로는 '한강에 돌 던지기'에 불과하다. 하루 빨리 비윤리적이고 반자연적 어업형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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