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투데이포럼]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겨레와 나라를 지키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호국영령과 순국선열 앞에 머리 숙여 추모의 마음을 올린다. 매해 맞이하는 호국보훈의 달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결이 조금씩 달라져 왔다. 미래로 나아가는 호국보훈은 어떠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다.

국가보훈 기본법 제2조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이룩된 것이므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그 정신을 기억하고 선양하며, 이를 정신적 토대로 삼아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국가보훈의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해 보훈의 목적을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혀 놓았다. 그런데 호국보훈에 대해 학생들에게 물으면 대개 6·25 전쟁을 이야기한다. 호국보훈의 달에 6·25 전쟁일이 있는 까닭이 크겠지만 국가보훈 기본법에 밝힌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의 목적에 걸맞게 호국보훈의 뜻을 넓혀 가르치지 못한 탓도 있다.

북한의 불의한 기습공격에 맞서 조국 강토를 지키기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젊은 장병을 기리는 일은 호국보훈에서 가장 앞세워야 할 일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6·25전쟁에만 매몰된다면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자칫 호국보훈의 뜻을 좁게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 국가보훈 기본법 제3조는 보훈 대상자인 ‘희생·공헌자’를 일제로부터의 조국의 자주독립, 국가의 수호 또는 안전보장,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국민의 생명 또는 재산의 보호 등 공무수행을 목적을 위하여 특별히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으로 정의하였다. 법의 정의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분들이나 독재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운 분들 역시 추모하고 감사해야 할 대상이다.

사실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지 못하였다. 진정한 호국보훈은 위안부 문제와 같은 일제강점기의 상처를 치유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왜곡되고 폄훼당한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되살려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야 말로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애국심을 갖게 하는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호국보훈이 독립운동과 국토수호, 민주화 투쟁을 모두 품을 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애국을 가르쳐 주어 바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이 땅 위에서 자유와 민주, 인간으로서 존엄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어제 피 흘려 싸운 선열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숭고한 애국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까닭은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은 단지 과거를 기리는 일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독립운동과 국토수호, 민주화 운동을 바르게 품은 균형 잡힌 호국보훈으로 국민통합과 국가발전의 미래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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