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 아이클릭아트 제공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蒸氣)기관은 기술을 바꾼 게 아니라 세상을 바꿨다. 대량 생산과 대량 운송은 규모의 경제를 낳으면서 자본 운용과 생산체제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거쳐야만 했던 일들이 ‘기계 손’에 의해 해결됐다. 공장들은 덩치가 커졌고, 엔진은 일 년 내내 쉼 없이 돌아갔다. 이는 거대 상업화로 연결됐다. 단순한 기체라고만 여겼던 증기를 열에너지로 활용한 발상은 다양한 발명의 플랫폼 구실을 했다. 1차 산업혁명의 매개, 와트의 증기기관은 ‘시대’를 대표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시대'를 바꾼 위대한 혁명이었다.

▶2차 산업혁명의 막을 연 것은 전기(電氣)다. 전기는 단순히 세상을 밝힌 ‘불’이 아니라 시대를 바꾼 ‘횃불’이었다. 화학, 석유, 철강 분야에서 눈부신 기술혁신이 이뤄졌고 가공, 운송, 심지어 오락 분야에서도 대변혁이 일어났다. 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과 디지털이다. 인간이 조정하던 기계를 컴퓨터가 대신하면서 육체노동은 정신노동으로 치환됐다. 이제 세상은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명목 하에 PC, 인터넷, SNS, 스마트폰에 의해 점령당했다.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디지털 치매(dementia) 시대가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4.0)은 ‘스마트 팩토리’로부터 출발한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1+1=5’가 되는 융합. 이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게, 더 빠르게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똑똑한 세상’이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직업의 이동 곡선이 우상향(右上向)이라는 점이다. 자동차 때문에 마차꾼들이 일자리를 잃고, 전산화 때문에 안내양들이 없어진다고 난리를 쳤지만 문명의 흐름은 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똑똑한 바보’가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앨빈 토플러는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는 주석을 달면서 유전자 복제, 프로슈머 출현, 재택근무를 예언했다. 모두가 맞다. 그러나 4차혁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본질은 생각이다. 생각을 깨는 것이 혁명이다. 기존의 것과 관성을 버리는 것이 혁명이다. ‘원래 그런 거야’가 아니라 ‘이젠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고루하고 진부한 생각을 떨치는 것에서 4차혁명은 시작된다. 고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착각하지 마라. 자신만 틀렸을 수도 있다. 불(1차·프로메테우스의 불), 전기(제2의 불), 원자력(제3의 불)을 거치면서 제4의 불(휴먼에너지)이 탄생한 것처럼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그 세상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 아니라 사고혁명이다. 당신부터 생각을 뜯어고쳐라.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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