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신한은행 청주지점 차장
[투데이춘추]

출·퇴근을 성안길로 걸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치게 된다. "안녕하세요? 잠깐 시간 있으신가요? 참 선한 기운을 가지고 계시네요. 눈빛이 참 맑습니다."

그렇다. 소위 '도(道)를 아십니까?'라고 대변되는 바로 그분들이다. 나에게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열심인 것인지, 꽤 자주 그들에게 포착되는 편이었는데, 몇 번을 거절했더니 이제는 그들도 내 얼굴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렇다면 '도'란 무엇이고, '도'는 어떻게 닦는 것일까. 언젠가 학문이 높은 지인께 들은 바로는 도를 닦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예를 들면 '참선' 또는 요가 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이 중에서 '참선'이란 '선에 들어가 참여하다'라는 의미로 참선이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는 '무념·무상·무주'이며 이를 다시 풀어쓰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어떠한 상(모습)도 떠올리지 않는 것', '지금 머무는 곳을 인식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굳이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로 번역해 보면 한 마디로 '고도의 넋 놓기' 정도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는 1분간 눈을 감아보면 바로 알게 된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숨을 쉬어야 하므로 옛날 인도에서는 호흡법이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도'에 이를 수 있을까. 만약, 특정 종교에 귀의하거나, 생업을 포기하고 산에 들어가 수행정진 해야만 도를 닦을 수 있다면 도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필자는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를 떠올리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음악을 감상하는 일이야말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일 것이다. 실제로 음악을 듣는 동안 곡식이 생산되지도 않고, 없던 건물이 지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음악을 듣는 동안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렇게도 도달하기 어렵다는 '무념·무상·무주' 경지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로지 '음악',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화두'를 붙잡고 참선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평소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2악장을 선택해 LP를 턴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현악기들이 들려주는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 악기와 악기 소리 사이에서 생겨나는 멋진 화성에 나는 오롯이 빠져든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만이라도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오로지 음악 그 자체에만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만일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도를 닦는 방법이 아닐까. 나는 음악에 그러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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