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화요글밭]

오늘은 설날, 한식,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다. 음력 5월 5일에 찾아오는 단오는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자 농경사회에서 파종과 모내기를 막 끝낸 농부들에게는 짧지만 ‘꿀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다. 이 날을 즈음해서는 남녀 어른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 마을로 나와 풍년을 기원하며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여자들은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창포뿌리를 깎아 붉은 물을 들인 비녀를 만들어 꽂았다.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뜻도 있지만, 이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고, 윤기도 난다고 믿었다.남자들 역시 액을 물리치기 위해 창포뿌리를 허리춤에 차고 다녔다.

단옷날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無病)한다 해서 폭포수를 찾아 ‘단오물맞이’를 했고, 더위를 준비하라며 임금은 신하에게,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부채인 단오선(端午扇)을 만들어 선물했다. 단오는 풍년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차원도 있지만, 보릿고개를 넘긴 ‘살아남은 이들의 축제’이기도 했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추운 겨울과 이른 봄 배고픔을 이겨내고 보리이삭을 다 나눠 먹으며 우리 조상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해줬다.

지금은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단오 풍습이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쉽기만 하다.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는 끈이 사라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번쯤 돌아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한다. 현대화 속에서 아파트 기둥은 곧게 세워졌지만, 마을공동체 기둥은 빠르게 허물어졌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 치원에서도 해체된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 서구도 공동체 복원을 위해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해나가고 있다. 우선 공동체 복원이 시급한 도심 주민들부터 시작했다.

도심 속 오래된 유휴지를 이용해 ‘흙 위에서 이웃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주민들에게 한 세대당 20㎡씩 텃밭을 분양해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했다. 도심공동체 텃밭이다. 500여세대가 참여했다. 이들 중에는 생전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 이었지만, 왕년의 ‘화려한 농부’ 또한 적지 않았다.

토마토 젓순 따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눈을 마주친 주민들은 남남에서 어느새 형님 동생, 아저씨 조카 사이로 발전했다. 함께 따라 나온 아이들이 먼저 살가운 형제자매가 됐다.

마을공동체 기능 회복과 복지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마을복지대학도 열었다. 이웃 돌봄의 복지를 통한 공동체 회복 차원이다. 월평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지역 내 6개 복지관에서 순차적으로 운영할 예정인데 강의는 지역 복지 전문가들이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우리 구는 또 마을 단위 축제의 부활과 활성화를 위해 올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5개 마을 축제를 포함해 22개 공동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고의 복지는 지역사회 공동체회복이다. ‘사람중심의 함께 행복한 공동체’로의 회복, 그 시작점은 작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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