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알파고 상대 유일한 승리 기록…파격수로 압도

결국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모든 인간에 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벌어진 커제(柯潔) 9단과의 3번기 마지막 3국 대결에서 커 9단에게 흑 209수 만에 불계승했다.

알파고는 이로써 커제 9단과의 일대일 3번기 대국에서 모두 승리하고 중국의 바둑 최고수 5명이 단체로 도전한 상담기에서도 이기며 이번 '바둑의 미래 서밋'을 완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해 3월 알파고와 5번기 4국에서 불계승으로 이겼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대한 유일한 승리 기록을 가진 인간으로 남게 됐다.

알파고는 지난 1년 사이 셀프 대국을 통한 스스로 심화학습으로 엄청난 기력을 선보이며 '신선', '바둑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지막 대국에서도 알파고의 파격수가 잇따랐다. 알파고가 마치 "너 이거 알아"하고 묻는 투의 수를 던졌다는 게 김성용 9단의 관전평이다. 커제 9단은 딥마인드에 요청해 돌 가르기를 하지 않고 승률이 높았던 백돌을 잡았을 정도로 전의를 불살랐지만 역부족이었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60여수까지 커제 9단을 밀어붙이며 두터운 실리 바둑으로 나갔다. 알파고가 흑 13수로 전혀 보지 못했던 신수(新手)를 들고 나오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커제 9단이 싸움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이후 정신을 차린 커 9단이 좌상변을 중심으로 집중 추격하며 알파고에 도발하는 수를 던졌으나 알파고는 이미 승기를 어느정도 잡았다고 판단한 듯 적절하게 대응만 해주는 방식으로 수를 둬갔다.

전날 알파고와 복식기를 뒀던 구리(古力) 9단이 "알파고가 말을 못하는 게 정말 다행이다. 인간에게 '그렇게 밖에 못두겠니'라고 하는 거 같다"고 평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후반에 접어들 쯤 커제 9단이 제한시간 1시간여를 남긴 시점에 돌연 자리를 벗어났다.

화장실을 갔나 싶었던 커제 9단이 10여분만에 자리에 돌아와 앉아 곧 수를 두면서 눈가를 닦으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국 해설장에서는 커제 9단이 이번 판도 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밖에서 분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커제 9단은 과거 한국에서 대국을 벌이고 졌을 때 크게 울었던 적이 있었다.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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