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발라드·소나타·녹턴 2시간 '열정 연주'…건강이상설 불식

▲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금세기 최고의 쇼팽 연주자의 한명으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리치오 폴리니(75)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카네기홀에서 2시간 동안 독주회를 한후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금세기 최고의 쇼팽 연주자의 한명으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우리치오 폴리니(75)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뉴욕 카네기홀에서 2시간 동안 독주회를 한후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저명 피아니스트이자 최고의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75세의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등이 다소 굽었지만, 무대로 나오는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피아노를 향해 경쾌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2년 만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 독주회를 쇼팽의 녹턴 Op.27로 시작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카네기홀 메인홀에서 있었던 폴리니의 독주회는 미국과 유럽의 평단에서 '폴리니 은퇴론'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가운데 열렸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건강 문제로 연주 일정을 취소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달에는 낙상으로 다리를 다친 것으로 보도됐다.

미 언론들로부터 "정교한 테크닉과 크리스털 같은 음색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가 나왔지만, 3천 석에 가까운 카네기홀의 객석은 폴리니의 연주를 들으러 몰려든 팬들로 전석 매진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폴리니는 1960년 불과 18세의 나이로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50여년 동안 '쇼팽을 가장 잘 치는' 피아니스트의 한 명으로 군림했다.

베토벤, 슈만에 이어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가로 레퍼토리를 확장했지만, 쇼팽 연주는 늘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그는 이날 카네기홀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2시간을 전곡 쇼팽으로만 연주했다.

연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 피아니스트가 쇼팽 연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던 청년 시절을 회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더없이 부드럽게 녹턴을 연주해낸 폴리니였지만 노년이라는 현실을 비껴갈 수는 없는 듯했다.

1부의 중심곡인 쇼팽의 발라드 3번 Op.47, 발라드 4번 Op.52, 스케르초 1번 Op.20, 그리고 2부의 메인곡인 피아노 소나타 3번 Op.58에서는 음이 빠지거나, 음표들이 뭉그러지듯 탁하게 연주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리뷰에서 이런 기술적 '결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NYT는 "쇼팽 소나타 3번은 곡의 구조를 읽는 그의 감각이 하나도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박수갈채는 2부에서 더 크게 터져나왔다. 폴리니는 앙코르곡에서도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했다. 4곡의 쇼팽 발라드 가운데 3곡이 연주된 것이다.

기립박수가 이어졌지만 이미 연주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은 폴리니는 객석을 향해 두 손으로 앙코르를 그만하겠으니 이해해달라는 양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관객들은 왕성한 연주활동은 물론 한때 한 연주회에서 무려 5곡의 앙코르곡을 연주해내던 그의 노년에 너그러웠다.

한 50대 남성은 "그래도 저만큼 건강하니 다행 아니냐"고 말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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