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

▲ 브뤼노 라투르. [사월의책 제공]
▲ 브뤼노 라투르. [사월의책 제공]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은 국내 사회과학계가 2000년대부터 주목한 학설이다.

프랑스 철학자인 브뤼노 라투르(70)가 미셸 칼롱, 존 로와 함께 제안한 이 이론은 사회 현상을 특정한 행위자가 연결망을 구축해 나간 산물로 이해한다. 예컨대 선거에서의 승리는 입후보자가 이질적인 지지자들을 많이 모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 라투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에도 적용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발명을 인간이 주도하는 정밀한 실험의 소산이 아니라 실험자, 실험실, 실험도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연결돼 나타난 성과라고 본다.

덴마크 출신 학자인 아네르스 블록, 토르벤 엘고르 옌센이 함께 쓴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사월의책 펴냄)는 난해한 라투르의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라투르의 저서는 '젊은 과학의 전선', '과학인문학 편지', '인간 사물 동맹',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등이 국내에 번역됐지만, 사상 입문서는 처음 출간됐다.

저자들은 행위자-연결망 이론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라투르가 30여 년 전 발표한 책 '실험실 생활'에서 찾는다.

당시 라투르는 과학 실험실을 인류학적으로 연구해 과학자의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 사고가 아니라 물질들의 변형, 실험을 글로 옮기는 기록, 다른 연구 결과와의 비교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라투르는 서구 사상이 구축해온 '근대성'을 허물어뜨렸다. 특정 현상을 자연과 사회, 과학과 정치, 인간과 비인간, 근대와 전근대처럼 이분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다양한 요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라투르의 학문을 요약하면 과학 지식에 대한 인류학적 재묘사에서 시작해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한 비근대적 집합체를 만들어내는 데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 같은 라투르의 하이브리드 세계를 간략히 소개한 뒤 그를 과학인류학자, 근대성의 철학자, 정치생태학자, 결합의 사회학자로 조명한다.

책 뒤쪽에는 저자와 라투르의 인터뷰, 라투르 사상의 핵심 용어에 대한 해설이 실렸다.

황장진 연합뉴스 영문뉴스부장이 우리말로 옮겼다. 그는 "이 책은 라투르에 대한 가장 종합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안내서"라며 "우리가 당연시해 온 근대성의 범주를 다시 사고하게 한 라투르의 이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376쪽. 1만8천원.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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