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난 월요일 서울 대공원에 있던 돌고래 금동(25세 추정)과 대포(24세 추정)가 제주 앞바다 가두리로 옮겨졌는데 두 달간 자연적응 훈련을 마치고 방류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이 바다로 돌아감으로써 1984년 5월 시작된 서울 대공원의 돌고래 쇼는 이제 막을 내려 뒤안길로 사라져간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지능이 높고 감정표현이 풍부한 돌고래를 좁은 공간에 가두어 놓고 먹이를 미끼삼아 일정 패턴의 동작을 반복훈련시키며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이런 전근대적인 유희의 희생물이 되어온 돌고래는 장년의 나이로 바다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게 되었다.

돌고래를 보려면 배를 타고 나가 돌고래 서식지 근처에서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고 다시 잠수하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경해야지 수족관 같은 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조련사들의 훈련으로 길들여진 단순동작을 어찌 '생태체험'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 있겠는가. 높은 문화의식을 자랑하는 노르웨이가 당국의 허가 아래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를 포획하도록 하는 일이나 일본의 유별난 고래선호문화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착 증상으로 보인다.

'고래생태체험관'을 운영하면서 고래 '생태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지자체 홍보와 수익창출을 도모하는 울산시 남구는 이번 서울 대공원 돌고래 쇼 폐지를 계기로 지금 벌이고 있는 돌고래 활용사업을 진지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바다에 서식해야 하는 돌고래는 야생 방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보호대상 해양생물의 개체수 증가, 시민들의 바다사랑과 해양생물 보호의식 증진은 더 미룰 수 없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포항이나 장생포 등지를 중심으로 성업 중인 고래고기 판매도 이제는 거둘 때가 되었다. 지금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고래고기 하나쯤 포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고래는 바다로, 이 단순한 명제는 우리의 일상을 진정 환경과 더불어 사는 삶으로 만드는 촉진제가 될 것임을 믿는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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