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309.36㎞. 아들을 만나기 위한 ‘반바퀴’ 거리다. 편도가 자그마치 서울~대전을 왕복하고도 남는다. 편지 한 장 달랑 남기고 전방 부대(部隊)로 떠난 지 딱 두 달 만이다. 새벽 4시, 강원도 양양으로 떠난다. 한눈팔지 않고 내달려도 4시간이나 걸린다. 다소 먼 여정이지만 줄달음친다. 보고 싶어서, 보고 또 보고 싶어서. 김정은이 나대고, 시진핑이 눈치보고, 트럼프가 오락가락하는 요즘, 나라 지키는 일은 고행이다. 가끔은 이런 불가항력적인 구속에 항거하고 싶어진다. 국가는 국민을 보위하고 행복하게 할 의무가 있다. 4대 의무(국방·교육·납세·근로)보다 5대 권리(평등권·자유권·청구권·참정권·사회권)가 우선이다.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20%가 병역면제다. 고위 공직자 자식들의 군 면제율(12.2%)은 일반인(2%)보다 훨씬 높다. 씨족도 자기 씨족은 지킨다. 부족 또한 자기 부족은 건사한다. 군대 안가고도 국가를 논하며 승승장구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모두의 부모는 자식을 아낌없이 보낸다. 그 덕에 나라가 온전하다. 문재인정부에게 정중히 권면한다. 타당한 사유가 아닌데도 병역을 기피하는 적폐를 청산하라. 더불어 동족(북한)이라고 마구 퍼주지 마라. 대통령 당선인사로 미사일 쏘는 인간들이다. 털끝만큼도 김정은의 존재에 타당성을 부여해선 안 된다. 우린 그 가벼운 '눈물'에 지쳤고, 평화를 가장한 '무력'에 지쳤다.

▶군대 얘기 공소시효는 3년이다. 3년만 떠들면 김빠진다. 재미도 없다. 군대 얘기 오래하는 사람치고 재밌는 사람 없다.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군대 얘기만 하는 것이다. 군대 얘기는 농담이 아니라 무용담이다.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무공을 세운 무담(武談)이다. 누구나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배설을 하는 곳은 흔치 않다. 그런 곳에서 오래 있다 보면 생각마저도 같아진다. 생각의 비등점이 같아졌을 때는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 비슷함은 곧 결절이다. 같으나, 절대 같아지고 싶지 않은 눈물이다. 숱한 위정자들이 나라를 말아먹을 때 많은 청춘들은 갇혀있다. 갇힘은 박탈이다. 젊은 날, 나라를 위해 젊음을 포기하는 건 추억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기억일 뿐이다.

▶군 복무시절, 짧은 휴가가 끝나면 일찍 귀대(歸隊)하기 싫어 밤늦게까지 배회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버티다가 개구멍으로 들어갔다. 군대란 그런 곳이다. 군대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군대는 군대다. 핵가족시대, 자식은 멘털(mental·정신)이다. 육신만 건넨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건넸으니, 본류가 멘털이다. 나눌 수 있으나 나눠지지 않는 사이다. 자대배치 후 처음으로 가는 면회는 설렘이다. 첫 연애를 할 때보다, 첫 키스를 할 때보다 더 설렌다. 아! 뛰어라, 걸음아.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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