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교육비 횡령 의혹 제기
과거 급식문제 행정조치 받기도

4세 아이를 둔 한모(37) 씨는 지난 2월 아이가 다니는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어린이집 급식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일 점심 배식 메뉴가 올라오는 학부모 밴드에서 실제와 다른 모습의 사진을 발견한 것. 사진을 확대해 아이들이 들고 있는 식판을 확인한 한 씨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배식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몇몇 부모들과 어린이집을 찾아간 한 씨는 어린이집 원장의 식자재 구매 내역을 보고 기가 찼다.

어린이집 원생 86명과 보육교사들이 함께 먹는 급식의 식자재 양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미역국을 끓이는데 소고기 300g만 구매하는가 하면 고등어 2㎏으로 생선구이 반찬을 올리기도 했다. 한참 우유 먹을 나이인 아이들에게 500ml 우유 7개로 배식까지 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항의했지만, 원장은 미안하다는 해명만 했다.

급식문제뿐 아니라 해당 어린이집의 운영 실태는 더 심각하다는 게 학부모들의 전언이다. 아이 한 명당 매달 2만5000원씩 6개월간 특성화비 명목으로 돈을 냈지만, 아이들이 특성화 교육을 받고 집으로 가져온 성과물은 한 차례를 제외하곤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원장이 식자재 양을 줄이거나 특성화비 등 급식비와 교육비를 횡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해당 원장이 허위 서류를 꾸며 국가보조금까지 받아냈다는 주장도 내놨다. 원장이 정부의 맞춤형 보육제도에 따라 지원되는 ‘긴급 바우처’를 부모 동의 없이 허위로 신청해 예산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시간제로 아이를 보내고 한두 번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시간에 데려왔는데 확인해 보니 한 달에 15시간인 긴급 바우처 시간을 모두 쓴 것으로 나왔다”며 “긴급 바우처의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고 신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절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현재 원생 절반이상이 다른 보육시설로 옮긴 상태다.

그러나 운영위원회 등 일부 학부모들은 원장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어린이집 정상화를 위해 임시 원장 선임하고 해당 원장의 계약 해지를 촉구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의 절차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장 역시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급식 식자재 구매만 하며 학부모들과 연락을 끊은 상태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루트로 확인한 결과 해당 원장이 과거 다른 곳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급식관련 문제로 행정조치를 받고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생업까지 접은 채 어린이집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원장은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원장과 직접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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