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희 나음정신과 원장
[투데이춘추]

5월은 휴일이 많은 달이다. 1년 중 야회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를 가진 달이자 가족 행사가 많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아마도 명절과 생신 외에 가족 모임이 많은 달이 5월일 것 같다.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분명 즐겁고 행복한 광경일 것이다. 훈훈한 가족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넓은 거실에 큰 상을 펴고 온가족이 모여서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서로 덕담을 나누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러나 가족이 모인다는 것이 꼭 이런 장면만 연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힘겨운 감정들이 올라오게 한다. 사랑하는 가족은 힘든 세상에 나의 든든한 아군이자 울타리이지만 갈등관계에 있는 가족은 나를 평생 따라다니는 내 마음에 가시 같은 존재일수 있다.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아동도 있고 나이든 부모를 학대하는 자녀도 있다. 사랑 표현 방식이 잘못되어 자녀의 자립을 인정해주지 않고 억압하고 통제하는 부모도 있고 자신의 성격적 결함에 의해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가족 내 갈등은 타인과의 갈등보다 훨씬 더 힘들다. 남이 나에게 큰 실수나 잘못을 했을 경우에는 우리가 용서를 하기 쉽다. 잘 생각해 보면 용서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소원해진다. 즉 용서를 가장해서 거리를 유지한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되면 인연을 끊으면 된다. 그러나 가족관계는 다르다. 가족 중 한명이 나에게 커다란 잘못을 해서 내 맘에 상처가 생겼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남처럼 안보고 살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말로는 용서했다고 했지만 볼 때마다 불편해지는 감정을 조절하기는 어렵다. 가족관계는 상대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 특히 혈연관계일 경우 죽을 때까지 연을 끊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가족은 사회에서 만난 다른 관계보다 더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편하고 안정적인 관계이기는 하지만 편함을 넘어서서 막대해서는 안 된다. 내 일생을 같이 오래 보아야할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예의를 갖추어야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려고 노력해야한다. 부부, 부모자녀, 형제관계 등에 다 해당되는 말이다.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국보급 가보가 있다면 상처 나지 않게 잘 관리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평생을 유지해야하는 소중한 가족관계를 상처 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5월, 가정의 달이 오는 것이 두려움이 아니라 기다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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