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형 ETRI 지능로봇시스템연구그룹 연구원
[젊은과학포럼]

지능 로봇은 자율성(autonomy)을 갖고 사람의 간섭 없이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이미 상용화된 로봇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작업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고루 갖추지 못해 필자가 바라는 지능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 다관절 로봇 팔은 물건을 집는 것부터 조립, 용접, 페인팅 등 다양한 작업(task)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자율성은 부족하다. 반면 청소 로봇은 실내 공간에서 스스로 주행하고 장애물을 회피하는 등 비교적 훌륭한 자율성을 보이지만 청소라는 한 가지 작업만 수행해 다양성은 약하다.

그렇다면 다양하고 자율적인 지능 로봇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추가적인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로봇의 동작을 자동으로 만드는 동작 계획(motion planning) 기술이 로봇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동안 특수 목적 차량의 자율 주행 알고리즘과 핸드폰 포장 자동화를 위한 양팔 로봇 동작 계획 등을 연구한 바 있다. 바퀴로 움직이는 차량과 관절로 움직이는 양팔 로봇의 동작 계획은 서로 다르지만 ‘어떻게 목표한 곳까지 충돌 없이 스스로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연구였다. 로봇은 물리 법칙과 불확실성, 기하학적인 구속조건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기계공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로봇의 운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후, 동작 계획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는 수학적, 제어 공학적, 컴퓨터 공학적 접근방법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특수 목적 차량의 자율 주행 알고리즘은 로봇에게 지도를 알려주지 않고 외부 환경 인식 센서를 통해 일부 정보만을 가지고 목적지까지 충돌 없이 이동하는 알고리즘이다. 또한 양팔 로봇은 사람의 상반신과 같이 몸통과 양팔이 있는 로봇인데, 이 로봇이 포장 작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로봇의 양 팔이나 장애물과의 충돌을 회피하는 동작을 만들기 위해 확률적인 방법도 사용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존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AI) 간에 차이를 줄이는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로봇 공학에서는 로봇의 기구학적 또는 동역학적 특징을 활용함으로써 로봇이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게는 해주지만 역시 불확실성을 다루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와 반대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딥 러닝(deep learning) 등 인공 지능 기술은 알려지지 않은 환경에서 로봇이 학습을 하게 되므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데는 적합하지만 역시 학습 결과 없이는 로봇을 제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없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로봇이 불확실성이 작을 때는 학습 없이 로봇 공학 기술을 사용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면 학습에 의존하는, 즉 로봇 공학과 인공 지능의 장점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지능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아이템이고 필수적이라는데 많은 연구자들이 동의한다. 이에 따라 필자가 속한 ETRI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의 연구진들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기술을 연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상 과학 영화 탓인지 로봇에 대해 높아진 기대치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개발한 다양한 종류의 지능 로봇 기술이 우리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길 믿는다. 또 세상과 사람사이에서 서로 호흡하고 상호 교류하는 인간의 동반자, 지능 로봇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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