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호황 속 변화 시기 놓쳐…"개그맨 스스로 경쟁력 찾아야"

▲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랜 시청률 부진만으로도 버거운데 악재까지 겹치니 좀처럼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이를 두고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호황 속에 개그쇼는 이제 쇠퇴기인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주를 이루지만, 일련의 위기가 오히려 개그맨들을 결집시켜 전화위복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 '무도'·'1박2일'의 탄생에서 예고된 코미디쇼의 부진

KBS 2TV '개그콘서트'가 전국 평균 시청률 30%를 훌쩍 넘으며 위세를 떨치던 2006년, MBC TV는 '무한도전'이라는 생소한 예능을 내놨다.

쉽게 예상되는 스토리와 매주 같은 유행어에 질린 시청자들은 멤버들이 언제 어떤 사고를 칠 줄 모르는 '무한도전'에 빠져들었다.

결국 2007년에는 KBS 2TV도 '해피선데이-1박2일', 2008년에는 SBS TV가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내놓으면서 개그쇼는 점점 주류에서 밀려났다.

개그쇼들이 이때라도 포맷 변화를 한번쯤 고민해봤다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겠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쪽을 택하면서 그 기회는 멀어졌다. MBC TV처럼 아예 개그쇼를 폐지해버리는 사례도 생겼다.

그 사이 인기 개그맨들은 리얼 버라이어티로 활동 영역을 이동했다. 김병만, 김숙, 김영철, 김준현, 유민상, 유세윤, 이수근, 정형돈 등 KBS 공채 개그맨과 양세형 등 SBS 공채 개그맨은 최근에도 개그쇼보다는 버라이어티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들이 각자 살 길을 찾아가고, 남은 개그맨들은 긴 침체를 겪으면서 지상파 개그쇼는 점점 활기를 잃었고 결국 포맷 변화 시도마저 2011년 탄생한 tvN '코미디빅리그'가 선점했다.

'개콘'의 이정규 PD가 최근 9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의 캐릭터보다는 잘 짜인 대본과 콩트 완성도에만 집중해온 것 같다"고 스스로 패인을 분석했을 때는 많이 늦었다.

◇ 악재에서 확인된 '진짜 위기'…"개그맨들 결집해 경쟁력 찾아야"

지난 한 주는 개그 프로들의 '고난주간'이었다.

'개콘'은 900회를 맞아 3부작 특집으로 성대한 잔치를 준비했지만, 정종철·임혁필 등 초대 받지 못한 개그맨들의 성토로 흥이 깨져버렸다.

SBS '웃찾사'는 시청률이 2%대에 머무르는 '레전드매치'를 시즌 종영하겠다고 밝혔다가 "사실상 폐지'라는 개그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SBS 사옥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이용식부터 정종철, 이상훈, 양상국 등 타 방송사 출신 개그맨들도 입을 모아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촉구했다.

일부 시청자는 오랜 시간 한 브랜드를 지켜온 '개콘'과 '웃찾사'의 초라해진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시했지만, "재미가 없는데 언제까지 지켜만 보라는 것이냐'는 질책도 적지 않아 개그계는 더 우울함에 빠졌다.

이에 코미디계는 지금이 진짜 위기라고 인식하면서도 오히려 돌파구를 찾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방송가 관계자는 22일 "개그맨들은 개그쇼만이 삶의 터전인 경우가 많아 최근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본다"면서도 "오히려 살 길을 찾으려고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될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다. 무대에서 매 순간 위기에 대처하는 게 개그맨 아니냐. 그들은 위기에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그쇼의 성패는 매번 바뀌는 PD나 작가가 아닌, 결국 개그맨들에게 달려있다. 반드시 스스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 개그맨이 소속된 기획사 관계자는 "'웃찾사'의 경우 새 시즌을 준비할 때까지 공채 개그맨들이 타 프로그램에도 갈 수 있도록 계약을 풀어주고, 온라인 방송 등 개인 활동도 독려해 성공해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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