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5년새 5.2배 증가
피해자 74% 여성, 대책시급
지속적인 외부 모니터링 필요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A 씨 부부는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술을 마시던 새벽 2시경 부부는 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툼을 벌였고, 급기야 화가 난 아내 B 씨가 집에 있던 흉기로 남편의 허벅지를 찔렀다. B 씨도 남편을 찌른 후 가슴 윗부분을 찔러 자해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부부 모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남편 A 씨는 결국 숨졌다.

부부의 날(5월 21일)을 맞아 행복한 가정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으나, 가정폭력은 매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과 충청지역도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건수가 최근 5년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홍철호 의원(바른정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5.2배 증가했다. 연도별로 2012년 8762건이던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2013년 1만 6785건, 2014년 1만 7557건, 2015년 4만 822건, 지난해 4만 5614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역의 가정폭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전의 경우 2012년 124건이던 가정폭력 검거 건수가 2013년 393건, 2015년 1325건, 지난해 1762건으로, 5년새 14.2배나 늘었다. 충남도 2012년 46건에서 2013년 316건, 2015년 1154건, 지난해 1610건으로, 같은 기간 35배나 급증했다. 충북은 2013년 357건에서 지난해 1443건으로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 보면 2014년 기준 아내학대가 전체 70.1%(1만 2307건)를 차지했고, 남편학대 6.7%(1182건), 노인학대 5.2%(916건), 아동학대 4.4%(778건)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역시 전체 가정폭력 피해자의 74.4%가 여성으로 집계돼 여성 폭력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현재 가정폭력 예방 정책은 여성가족부의 ‘예방교육’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여가부는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위한 강사 양성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지만, 교육만으론 가정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철호 의원은 “급증하는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선 지자체가 경찰 등 관련 기관과 공조해 사례관리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외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관련 법안도 실효성있는 방향으로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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