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시선]

나라의 선거도 끝이 났다. 민주적 방식으로 치러졌다고 이번 선거를 두고 다른 국가들이 칭찬하기도 한다. 우리의 '선거문화'는 왜 미국과 중국, 일본과도 이렇게 다른 것일까?

필자는 각 나라와 지역의 문화차이와 다른 점을 찾고 지역과 나라에 맞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늘 생각해본다. 대통령의 탄핵과 선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의 '정치 문화'라고 내세울 만한 것들이 딱히 없다. 국민을 대상으로 납득할만한 토론의 과정, 절차에 의한 토의, 사회각층의 의견수렴과 국민적 고민, 여론의 흐름을 검토하고 소통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여야를 넘어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도 청와대에서도 의논하고 대화를 우선하는 절차와 모습을 보기 어렵다.

수십 년 민주주의 질서에도 못다 이룬 것을 내 임기에는 할 수 있다는 주장처럼 세상을 단번에 바꿀 것 같은 분위기가 수학의 정석처럼 돼 버린 '선거문화'다. '국민적 토의' 과정의 격론도 없이 최고 통치권자의 자기중심의 확신에서 비롯된 일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대선은 엄청난 경제 암흑 상황에서도 여와 야, 보수와 진보, 공화와 민주,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그 위기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모습들을 우리나라가 기대하기에는 무리인 듯싶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지도자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 안 될 줄 알면서도 후보들의 입으로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것을 바라는 국민들을 상대로 자신만 뽑으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유혹하기 십상이다. 곧 지상낙원을 만들어 줄 것 같은 공수표를 날리는 것은 아닐까?

이 모든 것들의 이유는 바로 빨리빨리만 외치는 국민들의 속성에 있다. 일 년을 걸려 지을 집을 반년도 안 되어 뚝딱 만드는 국민. 냄비근성으로 배고픔을 해결해 낸지 이제 불과 몇 십 년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됐다는 자만심 위에 사상누각의 조급함과 조바심은 없는지 돌아보자. 이 조급함과 조바심이 국민성이 되어 결국 어떠한 과정도 생략한 채 그저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면 승자의 모든 허물은 덮어지는 일그러진 사회의 모습은 아닐까?

그저 배불리만 먹으면 된다는 먹방 문화와 문만 열고 나가면 내가 원하는 성문화는 돈만주면 살 수 있는 각종 밤거리 퇴폐문화 또한 같은 맥락상에 있다. 돈 낼 사람이 원하면 두세 달이 걸리는 업무도 한 달 안에 뚝딱 끝내버리는 회사들과 싼값에 속전속결만을 요구하는 건축의 '건'자도 제대로 모르는 건축업자들.

개념디자인, 계획설계, 실시설계, 시공기간조차 개념 없는 수많은 건축주들, 규제를 만들어야만 입지가 공고해 진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공무원들, 거기에 한술 더 떠 자격증 장사로 신규 건축사들 숫자나 조절해야 밥그릇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한심한 건축사들이 판치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 문화를 만들어보자고 하는 것은 어쩌면 똥개에게 대변을 참으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이제는 '민족'을 말하고 우리민족의 역사와 뛰어난 문화를 세계에 널리 부흥시켜야 할 때이다. 본시 문화라는 것이 돈 있고 명예 있는 배운 사람이 향유하고 만들 수 있는 것이란 착각하던 나라다. 어린이들도 노인들도 그 누구나, 직장에서, 회사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길거리에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 바로 '문화'다. 결국 '문화'란 것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일상생활'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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