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연구팀의 네이처 표지 논문…"AI의 실수가 신선한 노이즈 역할"

▲ [예일대 웹사이트 동영상 캡처]
▲ [예일대 웹사이트 동영상 캡처]
▲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조인간 '데이빗'
▲ 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에 등장하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인조인간 '데이빗'
가끔 실수를 저지르는 '어수룩한' 인공지능(AI)과 인간들이 함께 일하면 전체 생산성이 대폭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AI와 사람의 공존·협업 방안에 새 단서가 될 수 있는 성과라 관심을 끈다. AI가 인간을 앞설 정도로 똑똑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흥미롭다.

21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네트워크과학 연구소(YINS) 연구진은 단순하게 설계한 AI를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인간 집단에 투입하는 실험을 벌여 이런 연구 결과를 유명 학술지인 '네이처' 최근호의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YINS 연구진은 실험에서 인간 피험자 4천명을 섭외해 여러 팀으로 쪼개고 각 팀에 인터넷으로 색(色) 맞추기 게임을 시켰다.

게임은 20개의 점(노드)을 선으로 이은 네트워크가 무대다. 팀원 1명이 네트워크의 점 1개를 맡아 3가지 색깔(초록·주황·보라) 중 하나로 점을 칠할 수 있다.

게임 목표는 제한 시간 5분 이내에 네트워크의 각 점이 이웃한 다른 점과 색이 다르게 맞추는 것으로, 이를 위해 참가자는 주변을 살펴보며 계속 자기 점의 색을 바꾸게 된다.

쉬운 게임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각 팀원이 머리를 써서 자기 색을 바꾸는 작업을 계속해도 네트워크의 모든 점을 고루 다르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개인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작업해도 '큰 그림' 차원에서 일이 잘 굴러가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협업의 역설'은 현실에서 흔하다. 영업·마케팅·기획·인사 등 회사 각 부서의 직원들이 자기 업무를 잘해도 전체 사업이 종종 '산으로 가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연구진은 봇(bot·소프트웨어 형태의 AI 로봇)을 제작해 일부 팀에 배치했다. 게임 네트워크의 점 20개 중 17개에는 사람을 배치하고 3개를 봇에 맡기는 구조다.

봇은 보통 때는 합리적으로 색을 택하지만, 특정 빈도로 아무 색이나 칠하는 실수를 하게 꾸몄다. 완전무결한 AI 대신 멍청한(dumb) AI를 만든 것이다.

이런 봇을 사람들 사이에 투입하자 결과는 달라졌다.

인간만 참여할 때는 전체 팀의 67%만이 게임 목적을 달성했지만 봇이 배치되자 성공한 팀의 비율은 85%로 뛰었다. 봇이 들어오면 팀이 목표를 달성하는 시간의 중간값(median)도 55.6%나 단축됐다. 협업의 효율이 훨씬 더 높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뒤엉켜 조직 전체가 비효율을 겪을 때 봇의 엉뚱한 행위가 정체를 뚫어주는 신선한 '잡음'(노이즈)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봇은 게임의 실타래가 뒤엉킬 때 인간 구성원들도 창의적인 돌발 선택으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게 독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봇의 이런 긍정적 효과는 인간들이 팀에 AI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똑같이 나타났다.

봇은 실수를 '적절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연구진은 봇이 돌발 행동을 하는 빈도가 10%일 때가 효율성 증대 효과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빈도를 30%로 높여 실수를 더 자주 하게 만들자 오히려 비효율 문제가 나빠지는 역효과가 났다.

또 봇의 위치는 구성원들과의 접점이 많은 네트워크의 중심일 때가 제일 긍정적 효과가 컸다.

연구진은 네이처 논문에서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을 모아 특정 작업을 시키는 '크라우드 소싱' 사업에 적절한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단순한 봇을 투입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등 이러 방향으로 연구 성과가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세련된 AI뿐만 아니라 (연구에서 쓴 봇처럼) 단순한 AI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보여줘 의의가 크다"며 "단순한 AI는 논리 구조가 간단하고 투명한 만큼 사람에게 신뢰성을 줄 수 있어, AI와 인간의 장기 협업 관계를 쌓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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