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경찰청, ‘음성 DNA’ 활용 사기단 34명 검거·27명 구속
중국서 사무실 차려 금융기관·관공서 사칭… 6억상당 가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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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호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18일 오전 중국에 거점을 두고 조직적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인 일당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공서를 사칭해 현금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원의 ‘그놈목소리(보이스피싱 음성 녹음 파일 신고 제도)’를 활용해 보이스피싱단을 검거한 첫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충남경찰청 지능수사대는 18일 중국 천진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금융기관 및 관공서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107명에게 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A모 씨(36) 등 콜센터 피싱책, 인출책, 환전상 34명을 검거, 그 중 2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일당은 ‘고금리 대출금을 저금리로 대환 대출해 줄 테니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거짓말하거나, ‘사기단 검거 현장에서 피해자 명의 통장이 발견됐다. 보유 중인 자금이 범죄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안전 계좌로 송금하면 확인 후에 돌려주겠다’고 거짓말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왔다.

인출책들은 ‘고액 알바’에 현혹돼 해외 콜센터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체크카드 유통 및 현금 인출에 가담했고, 중국 보이스피싱 사기단과 연결된 환전책은 10개월간 60억원 가량을 환치기 수법으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들은 15□□-□□□□ 등 대표번호가 보이스피싱 번호로 널리 인식되자,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발신 표시가 되는 서비스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의심을 줄이는 치밀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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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 브리핑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가 피의자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원의 ‘그놈목소리’를 활용해 보이스피싱단을 검거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국민들이 신고한 사기범의 전화 녹음목소리를 과학적·체계적인 방법인 성문분석(음성 정보에 기록된 특징을 추출해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이번 검거된 34명 중 9명을 그놈목소리를 활용해 검거했다고 전했다.

박남인 국과수 연구사는 “목소리는 크게 스펙트럼으로 보면 음의 높낮이와 음성을 구분하는 포마트성분으로 나뉘는데, 목소리를 변조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피치가 훼손되기에 피치성분을 제외한 포마트를 추출해서 분석하고 있다”라며 “여러 상황에서 테스트를 했을 때 90% 정도의 정확성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두 음성의 일치도가 85% 이상이 나올 경우 동일인으로 특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법원의 해석에 따라 지문이나 DNA처럼 음성도 증거로 채택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노세호 도경찰청 지능수사대장은 “강력사건에서 지문과 DNA를 활용하듯, 보이스피싱도 이미 축적된 다른 음성자료를 토대로 과거의 범행까지 철저히 규명된다면 범인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가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가 억제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김명석 기자 hikms12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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