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연중 기획] 사람 속으로|
청주 복대1동 임경애 씨 
마을 정화활동 시작한지 5년
쓰레기 줍고 풀매고 꽃씨심어
자식들에 사랑 심어준다 일념
궃은 날씨에도 봉사활동 칭송
가정의달 모범시민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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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꽃 심는 게 무슨 봉사인가요. 손주·손녀가 다니는 학교 주변이기에 깨끗한 환경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1동에 아무런 보상없이 무료로 마을 정화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노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금호어울림 2단지 아파트에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임경애(72·사진) 씨다.

경기도에서 거주하다 딸의 출산과 맞벌이를 돕기 위해 청주로 이사 온 임 씨는 지난 10여년간 혈압·당뇨로 인해 투병생활을 해 왔다.

그는 평소 딸에게 운동을 하라는 권유를 종종 받았다. 이 때문에 이사와 동시에 스스로 운동 삼아 손주들이 다니는 등·하교 길에 꽃을 심고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전남 해남군 현산면이 고향인 그는 과거 88올림픽 당시 마을 주변에 코스모스 꽃길 조성사업을 펼쳤던 추억을 상기하며 흥덕구 복대1동 직지초등학교 인근에 장미꽃을 식재하기 시작했다.

마을 정화활동을 시작한지 어언 5년. 그에게는 이제 보람과 책임감으로 임하는 하루 일과가 됐다. 지저분한 곳, 잡풀이 무성한 곳만 찾아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풀을 매고 꽃씨를 심는다.

하지만 꽃길을 조성하는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누가 버린지 모를 쓰레기와 사람들의 애처로운 시선이 문제였다. 심지어 딸 마저 고령의 나이와 건강을 걱정해 그만 두라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임 씨는 “사랑과 열정을 자식들에게 심어준다는 일념으로 꽃을 심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며 “딸도 처음에는 잔소리가 심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내 의견을 존중해 주말마다 함께 도와주니 뿌듯하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임 씨는 이미 복대1동에서 유명인사로 자리잡았다. 궂은 날씨도 가리지 않고 늘 같은 시간에 거리의 휴지를 줍고 화단을 가꾸다보니 입소문을 탄 것이다.

그의 꾸준한 마을 정화 활동을 향한 이웃의 칭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같은 마을 주민 김모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손주들을 등교시키면서 마을 봉사를 한다”며 “임 씨의 봉사하는 삶은 주변에 많은 깨우침을 주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머무는 자리마다 꽃길을 만드는 임 씨는 지난 15일 가정의 날을 맞아 청주시에서 모범시민 표창을 수상했다.

시상식 뒤 그는 “다음 달이면 장미꽃이 환하게 핀 거리로 아이들이 등·하교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렇게 큰 상까지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을 아이들이 쓰레기보다는 향기나는 꽃길을 걷는 게 그의 소망이다. 오랜 시간 아이들이 좋아하고 향기로 가득한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그는 오늘도 혼자 꽃을 심는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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