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
[목요세평]

미술과 음식, 얼핏 들어도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조합에 대해 혹자는 서로 무슨 연관성을 갖고 있냐며 의문을 갖겠지만, 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의 소재가 되어 캔버스에 등장하였다.

정물화는 유럽미술의 중심이었던 17세기 네델란드 회화에서 매우 인기 있던 장르 중 하나였다. 특히 트롱프뢰이유의 정물화에 음식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것이 유행했다. 당시의 그림들을 보면 다양한 시각재료들을 활용해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 이끈 사례들을 여럿 찾아 볼 수가 있다.

현대미술에서는 음식을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하는 작가도 있는가 하면 음식의 재료를 직접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들도 등장하게 되었다. 조각가이자 설치 미술가인 앤서니 곰리는 오븐에 구워낸 식빵을 겹겹이 쌓아올려 작품을 만들었다. 오븐에 구운 식빵으로 겹겹이 쌓아 음각의 인체 형상을 만든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시각과 후각을 모두 사로잡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상식 작가는 깎아 내거나 붙이는 조소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이 아니라 국수로 형태를 부각시키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로 둥글게 묶여진 국수다발의 단면을 꾹꾹 누르면서 여러 이미지를 만들며 놀던 사사로운 놀이가 작업의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국수라는 음식이 작가의 주요 제작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편 코트라 공모전으로 한류미술 전시에서 대상을 탄 김진욱 작가는 비빔밥의 이미지를 회화작품으로 그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의 표현하는 방식은 비빔밥을 사진을 찍어놓은 것 같은 '포토리얼리즘'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추상화 그림 같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비빔밥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그린 것으로, 사물의 극명한 묘사 보다는 '비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비빔밥이라는 음식이 다양한 관계 속 인생을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나타내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시인의 미각을 탐색하는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음식을 주제로 동시대 도시인들이 식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면서 도시의 음식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을 미술관 안으로 유도한 것이다. 그림의 소재로서만이 아니고 음식문화 그 자체가 전시의 소재가 된 것이기에 특기할 만하다.

이렇듯 미술에서의 음식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다양한 예술적인 언어로 시각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음식을 이용한 작품들이 창작되어 미술애호가들 뿐만이 아니고 대중들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미술 작품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음식을 이용한 맛있는 미술품들이 작금에 요리방송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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