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
[시선]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 소방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부사관 등의 공무원 일자리 17만개를 포함하여 보육, 의료, 요양, 복지 등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은 공무원을 줄이겠다고 공약을 했다. 그리고 당선되면 처음에는 줄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늘여왔다. 이렇게 선거 때마다 공무원을 줄이겠다는 공약은, 유권자 입장에서는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 되어 표를 얻는 데 유리했는지 모르겠으나, 결국 임기 말에는 공약을 뒤집는 일이 반복되었다.

세상에 모든 나라는 다 공무원이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모든 나라 선거판에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 되어 큰 정부니 작은 정부니 하면서 정답 없는 논쟁을 계속한다. 본인은 지난 2013년 말까지 34년간 지방 공무원을 하면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지방공무원은 더 늘여야 한다고 본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매년 법령을 새로 만들고 예산은 증가하고 있다. 법령이 새로 만들어지고 예산이 늘어났다는 것은 공무원에게는 할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적정한 공무원을 확보해주지 않으면 윗사람이 관심을 갖거나 지시하는 일 외의 다른 일은 소홀해 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국가나 자치단체 행정은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공공용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토지에 전부 재산세를 부과하고, 세금 미납자 재산에 대해서는 압류·경매 등을 통해 과세 정의를 실현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인 명의 땅이 아직도 있고, 때로는 조상 땅 찾아주기 운동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지방 보건직 공무원은 IMF때 가장 높은 비율로 감축되었으나, 아직도 당시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건행정은 지난 수년간 재앙 수준이 되었다. 그 결과 후진국병인 결핵은 다시 창궐하고, AI나 에이즈 등의 급성 만성 감염병 관리는 허겁지겁하고 있다.

또한 메르스나 사스 등의 대응은 국가적 재난사태까지 몰고 갔다. 어디 그뿐인가 자살률은 지난 13년간 OECD국가 중에서 제일 높다. 이렇게 보건행정 영역이 총체적으로 부실한데도 지방보건행정 공무원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도 공무원 몫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탄소배출량은 7번째로 많지만,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비중은 전체 1차 에너지 사용량 대비 1.9%로 꼴찌다. 나라가 이지경인데도 작은 정부만을 주장하면서 공무원을 적정수준까지 늘리지 않는다면 선진국 수준의 국가기능 유지는 어렵다고 본다.

공무원이 부족해서 과세정의가 무너지고, 공무원이 부족해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받는 재난에도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면 이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시원한 사이다는 탄산음료이고, 당분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려면 적정한 공무원 숫자는 꼭 필요하다. 더욱이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더 더욱 필요하다. 미국 뉴딜 정책도, 오바마대통령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켰다.

선거는 공약으로 말해야 한다. 공약이 없으면 선택을 할 수가 없고, 선택을 못하는 것은 최악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일자리 공약 실천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공약이 좀 더 성공하려면 지방 공무원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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