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충남총장협의회에서 “충청권 A등급대학 적은건 우연” 궤변
입학정원 감축 직결문제 부적절 대응… 총장들 “불공정평가 인정한셈”

슬라이드뉴스2-총장협의회.jpg
▲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충청권에 우수 대학이 적었다는 이유가 우연이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16일 열린 '2017년 전반기 대전세종충남지역총장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목원대 제공
교육부 장관에게 대학 구조조정을 자문하는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충청권 대학 총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궤변을 늘어놔 논란이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16일 열린 2017년 전반기 대전세종충남총장협의회에 참석해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충청권에 A등급을 받은 대학 수가 적은 이유는 우연이다”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이 언급한 ‘A등급’은 2015년 발표된 1주기 대학 구조개혁의 결과로 충청권은 단 2곳에 불과하다.

대학들을 대상으로 교사(校舍)확보율, 학생 충원율, 권역별 취업률 평균, 수업관리 등 각종 지표로 엄정하게 평가해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학들은 A등급을 받으면 자율적 입학정원 감축이 가능해 등급을 높이려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백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총장들과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다.

송하영 한밭대 총장이 “대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충청권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 사고 있다”고 운을 뗀 뒤 “1주기 평가를 보면 유감스럽게도 충청권은 A등급이 2곳 뿐이다. 호남제주권의 3분의 1, 영남권의 절반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데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그러자 백 위원장은 “이러한 결과(A등급 대학이 충청권에 2곳)가 나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라는 답을 내놨다.

협의회에 참석한 총장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협의회를 주재한 박노권 목원대 총장(수석회장)이 분위기 환기에 나서기도 했다.

2015년 발표된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입학정원 감축을 골자로 한 정부의 대대적인 대학 구조조정이다.

인구절벽에 앞서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4~10%가량 입학정원을 줄이면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평가는 그룹Ⅰ(A~C등급), 그룹Ⅱ(D~E등급)으로 나눠 그룹Ⅱ에 속한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과 고강도 정원감축을 뒤따르게 하는 등 ‘낙인 효과’를 각인시켜 대학가의 비판을 샀다.

반면 A등급을 받은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자율감축하도록 해 사실상 ‘정부 공인 우수대학’으로 삼았다는 게 대학가의 여론이다.

당시 평가에서 충청권 대학 중 A등급을 받은 비율은 5.9(2개교)%에 불과해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수도권은 33.9%(20개교), 영남권 10.3%(4개교), 호남권 30.4%(7개교)로 충청권에 비해 2~5배 가량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로 인해 충청권 대학들은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부실대학이 많다’는 등의 오명을 썼다. 같은 시기 이른바 ‘부실대학’으로 불리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충청권 비중은 40.6%로 절반에 가까워 오명을 기정사실화됐다.

협의회에 참여한 한 총장은 “충청권 대학들이 교육이나 지역연계 취·창업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A등급이 적어 평가가 이상하다는 말이 대학가에 파다했다”며 “대학의 명운을 가를 평가를 진행한 위원장이 우연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평가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