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파경. '깨지다' '破'와 '거울' '鏡'이 합쳐진 글자다. '거울이 깨지다'이지만 '이혼하다'로 쓰인다. "젊은 부부는 잦은 싸움에다 맞바람까지 나더니 결국 파경을 맡고 말았구먼." 깨진 거울이 무슨 사연을 담고 있기에 백년가약의 부부를 갈라놓는 의미로 둔갑했는가? 사연이 참으로 애잔하다.

중국 남북조시대 마지막 왕조 쳔(陣)마저 망할 무렵(590년쯤). 쳔 태사자인 씨더옌(徐德言)은 쳔 황제의 누이동생, 낙창(樂昌)공주를 아내로 맞았다. 그러나 씨더옌은 갈수록 고민과 근심에 빠졌다. "곧 쳔 나라는 쓔이(隨) 나라에게 망한다. 미모가 뛰어난 아내는 정복자의 첩이 될 텐데. 어찌해야 하나?" 고육지책을 짜냈다. 거울을 반으로 깨서 서로 나눠 가진 뒤 약조를 단단히 했다. "쳔 나라가 망하면 쓔이 나라 고관(高官)의 첩이 될 터이니, 정월 보름날 마다 시장에서 반쪽 거울을 비싸게 파시오.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찾아오겠소."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쓔이 나라 일등공신 양쑤(楊素)의 첩이 되었다. 씨더옌은 천신만고 끝에 약속 장소인 시장을 찾아 거울 파는 전 아내를 기다렸다. 어느 보름날 전 어떤 사람이 바로 그 깨진 거울을 아주 비싸게 팔고 있었다. 씨더옌은 그로부터 전 아내 소식을 들었지만 도저히 양쑤로부터 아내를 돌려받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지은 시 한 수와 깨진 거울의 한쪽을 그 사람을 통해 전 아내에게 전해주는 것 이상 할 일이 없었다.

‘거울이 당신과 함께 떠났으나 (鏡與人俱去) 거울만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못하는구나(鏡歸人不歸) 보름달 속 항아(낙창공주)의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건만(無復姮娥影) 밝은 달빛은 속절없이 휘영청 하구나(空留明月輝)’<중국 설화집 太平廣記>

전 남편의 시와 깨진 거울을 받은 양쑤 아내가 단식에 들어가자, 양쑤는 함께 슬퍼하며 씨더옌에게 자신의 첩을 되돌려주었다. 이 일화에서 이혼을 '파경',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을 '파경중원(重圓: 깨진 거울이 짝을 되찾아 다시 둥글게 되다)'이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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