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온 대전봉명중학교 교장·교육학 박사
[시선]

이제 막 사랑에 빠진 한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여자 눈에 다른 남자가 들어온다. 언뜻 보기에 수려한 외모에 눈을 뗄 수가 없던 여자는 새 남자를 만나기 위해 떠나려 한다. 그러자 남아있는 남자가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한다. 오래전에 나는 초라한 집에 살았는데, 건너편 집들을 보곤 했다. 그쪽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방은 어둡고 역시 그들도 나의 집을 바라봤다. 여기에서 남자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행복은 자기 안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명대사의 내용이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끔 건너편 집들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쪽 세상은 여기와 많이 다르고 그쪽 사람들도 나와는 많이 다르며 그곳에서는 여기에서 맛볼 수 없는 행복이 가득할 것만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은 왜 그렇게 화려해 보일까?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길 때, 교사는 바로 그때가 학생들을 더욱 사랑해야 할 때이다. 사랑은 건너편 집을 향한 시선을 내 안으로 향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며, 한없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선을 내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기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잠시 학생들의 얼굴이 잊혀 질 때, 학교생활이 허탈할 때, 학교에서 하는 일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흥미가 없을 때에 교사의 학생 사랑은 이들을 해결해 주는 기적을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교사는 그 기적의 학생 사랑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행할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인형병원(?)의 직원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형을 수선하는 어느 병원의 병원장은 의사 출신이 아니라 전직 인형 판매 사업가이고, 간호사는 간호사 자격증 대신 바느질을 잘 할 수 있는 섬세한 손재주만 있으면 되는 수선공이다. 사람 환자가 아니라 어딘가 문제가 생긴 '인형환자'를 받아서 원상태로 말끔하게 복원해 주는 인형수리 전문병원인 셈이다.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이 빠진 인형에게 머리카락을 이식하기도 하고, 빛바랜 손톱과 발톱까지도 섬세하게 수작업을 통해 정성들여 복원해 주는 이 병원의 높아지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복원된 인형을 보면서 사람들은 상처받았던 자신의 동심이 회복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다시 한 번 순수하고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쁨을 맛보고 인형 수선공으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회현상으로 가정에서 혼자만의 생활과 자기위주의 인성이 학생들에게 팽배해 있다. 이러한 고독하고 즉흥적인 학생들에게 잘 수선된 인형이 자기를 투영하는 대상이 된다면, 그들은 사랑을 향유해 행복한 학교생활을 맛보게 될 것이다.

지금의 교육현장은 이와 같은 인형 수선공의 섬세하고 매혹적인 사랑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에 들판에서 남을 배려하며 지켜보는 허수아비의 모습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교교육에서도 이렇게 교육활동을 실행해야 학생의 행복한 삶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교사는 학생을 섬세하고 정성들여 돌봐주는 인형 수선공의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쇼윈도의 마네킹이 되기보다, 학생이 행복하고 성숙하게 익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들판의 허수아비가 돼야 하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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