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 충남도 소방본부장
[투데이춘추]

중국 산둥성 소재 터널에서 지난 9일 한국국제학교 유치원 원아 11명을 태운 통학버스가 터널 입구로부터 300m 지점에서 앞서 가던 쓰레기 운반 차량을 들이받고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원아 11명 모두와 기사를 포함한 12명이 사망했다.

당시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 출입구 쪽에 화염이 발생해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지나가던 차량 탑승객들이 반대편 창문을 깨는 등의 구조를 펼쳤다면 일부의 생명은 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56명의 어린이가 타고 있는 통학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됐지만 탑승자 모두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구조됐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어린이 두 명의 말을 들은 여성 운전기사가 즉각 차를 세우고 상황 파악과 함께 평소 훈련한 대로 아이들을 재빨리 구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0월 13일 모 회사 퇴직자 부부들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 언양 JC에서 경주 IC 방향으로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0명이 숨지고 7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과속과 무리한 끼어들기로 결론지었다. 이 화재는 서두에서 언급한 중국 산둥성 버스 화재와 출입문 주변의 화세가 강해 탈출에 실패한 점이 같다. 버스 중간 또는 뒤쪽에 탈출용 비상구가 있었다면 그렇게 인명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모든 버스에 별도의 비상구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고의 후속조치로 올해 1월 9일 자동차관리법이 일부개정 되어 승차정원이 16인 이상의 승합자동차는 비상탈출구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법령시행이 2019년 7월 1일부터로 시행 이후 생산되는 차량부터 적용된다.

버스화재로부터 소중한 인명이 희생되는 피해를 막으려면 과속과 무리한 끼어들기 등을 자제하여 교통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비상탈출구가 없는 버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장구인 비상망치를 버스 내에 4개 이상 갖추도록 하고 있다. 승차할 때 이 비상망치의 위치를 파악하고 기억하고 있으면 만약 화재가 발생한 경우 버스의 출입문을 이용할 수 없더라도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불이 났을 때 패닉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훈련이다. 비상상황을 가정한 훈련은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줄 수 있고, 반복된 훈련은 이성적 판단이 없어도 살아남기 유리한 행동을 유도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버스화재에서 운전기사가 취한 조치가 좋은 본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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