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파리 개선문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마크롱 당선자(맨 왼쪽)와 올랑드 대통령
예측대로 정치신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는 우리의 19대 대선 이틀 전이었다. 앞으로 개헌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함께 5년마다 같은 해 5월 장미대선을 치를 전망이다. 그동안 실시된 12월 대선에 비하여 5월의 선거운동과 투표는 훨씬 나은듯하다. 특히 축제분위기가 살아난다. 12월 추운 날씨 속 요란했던 세밑 선거운동은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민심을 더 어수선하고 얼어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당초 대통령 임기 7년에 중임이 가능했는데 2002년에 5년으로 바꾸었다. 7년에 중임이면 14년을 한 명의 대통령이 통치하는 것은 지루하고 자칫 독선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여론으로 자크 시락 전 대통령은 7년+5년=12년 임기를 마쳤다. 시락은 30세에 조르주 퐁피두(전 프랑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도 파리시장 18년, 수년간 총리, 여러 차례 장관과 정당 대표, 상원 외교위원장 등 갖가지 직책을 두루 맡은 바 있어서 12년 대통령직이 그리 아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연임에 성공한 시락의 후임자였던 사르코지, 올랑드 전 대통령은 모두 재선에 실패했고 이제 39세 마크롱 시대가 열렸다.
프랑스 혁명이후 정립된 200여년의 공화국 전통을 통하여 숱한 시행착오와 학습효과를 체험한 프랑스가 역대 최연소 국가원수를 선택한 승부수를 주목한다. 2년간의 장관경력 외에는 별다른 정치행정 경험이 없는 신인, 시 창작과 피아노 연주에 조예가 깊다는 예술성향, 중학교 은사였던 24년 연상 부인의 강력한 내조라는 독특한 캐릭터는 인상적이다. 내부적으로 오랜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계층 간 갈등 특히 점증하는 테러위협 그리고 극우파의 거센 공세는 심각하다. 유럽연합의 향방과 주도권 다툼, 미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처할 대안 등 숱한 난제를 짊어지고 등장한 마크롱 대통령의 선택과 행보는 우리의 현안과 많은 부분 겹치고 있다. 30대 젊은 지도자가 내우외환, 난관을 헤쳐가는 수완을 눈여겨 지켜볼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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