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 기록물 '죽음을 넘어…' 32년만에 개정판 출간

▲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소설가 황석영 씨가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기자회견에서 개정증보판 발행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 민주화운동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1985년 첫 간행됐었다. 2017.5.11
   hkmpooh@yna.co.kr
▲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소설가 황석영 씨가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기자회견에서 개정증보판 발행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 민주화운동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1985년 첫 간행됐었다. 2017.5.11 hkmpooh@yna.co.kr
▲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소설가 황석영 씨가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기자회견에서 개정증보판 발행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 민주화운동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1985년 첫 간행됐었다. 2017.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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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소설가 황석영 씨가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기자회견에서 개정증보판 발행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5.18 민주화운동 최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1985년 첫 간행됐었다. 2017.5.11 hkmpooh@yna.co.kr
"광주항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민족과 역사 앞에 올바로 기록해 남겨야 한다는 부채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평생 광주라는 그곳이 나를 놓아주지 않고 있어서 그 덕분에 다른 길로 가지 않고 제 문학의 특성을 지금까지 유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 기록물로 꼽히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넘어')가 1985년 초판 출간 이후 32년 만에 대폭 개정돼 나왔다. 소설가 황석영(74)은 11일 개정증보판 출간 간담회에서 "지금 20대만 해도 광주민중항쟁을 전혀 모른다. 개정판이 항쟁을 다시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영은 유신독재 시절인 1976년부터 10년 간 광주와 해남 등 전남지역에 살며 소설을 썼고 1985년 '넘어넘어' 초판에 집필자로 참여했다.

'넘어넘어'는 시민들이 총을 들고 군사독재 정권에 맞선 1980년 5월 광주의 열흘을 기록한 일종의 백서다. 민주화운동단체 연대기구인 전남사회운동협의회가 항쟁에 참여한 시민·목격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수집한 자료와 증언을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개정판은 초판이 나온 이후 드러난 계엄군 군사작전 관련 문서와 피해보상 등에 대한 행정기관 공문, 5·18관련 검찰 수사와 재판 기록, 청문회 자료 등을 반영해 항쟁의 역사적·법률적 성격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방대한 자료를 추가하고 오류를 수정하면서 분량이 300여쪽에서 604쪽으로 늘어났다.

개정판은 항쟁의 진상에 대한 일부 보수세력의 역사왜곡을 바로잡는다. 당시 북한군이 내려와 잔학행위를 주도했다거나 북한 지령을 받은 불온세력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1980년 사건 직후 군의 발표부터 국방부 재조사(1985년), 국회 광주청문회(1988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2007년) 등 7차례에 걸친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 북한군이 개입한 정황이나 증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북한군 침투설이 끊이지 않자 2013년 10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석영은 "북한 개입이나 지령설은 분단 이후 독재체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써먹던 정치공작의 일종"이라고 꼬집었다.

책을 둘러싼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시 전두환 정권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인쇄를 마치고 제본작업을 하던 중 발각되는 바람에 2만 부를 수사기관에 압수당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풀빛출판사 나병식 대표가 구속되고 황석영도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표지 디자인도 없이 시중에 배포된 책은 대학가에서 은밀히 유통되며 1980년대 '지하 베스트셀러'로 읽혔다. 일본어·영어판이 나와 항쟁의 실상을 외국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집필에는 당시 전남대 3학년이던 이재의·전용호씨도 참여했지만 초판에는 황석영만 저자로 돼 있다. 해외에 널리 알려진 작가여서 쉽게 구속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황석영의 이름을 내세워 독자들의 관심을 끌자는 계산도 있었다. 황석영은 한 달 반 동안 여관방에 틀어박혀 원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당시 10년 동안 써오던 '장길산'을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구속돼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광주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조금 가실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간담회에는 이재의·전용호씨와 개정판 간행위원장을 맡은 정상용씨도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회고록에서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하며 광주 양민학살은 없었다고 주장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5월21일 오후 1시 전남도청 앞에서 금남로를 향한 조준사격으로 30명 내지 50명이 그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대낮에 수백명이 보는 앞에서 총을 쏘아놓고 양민학살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까."(이재의)

"전두환 회고록이 적절한 시기에 참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 국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사면을 해줘선 안된다는 걸 전두환이 입증했습니다. 학살자들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광주시민과 피해자들은 언제든 용서해줄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정상용)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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