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림 충남본부 천안담당
[기자수첩] 


천안 도솔광장이 개장한지 한 달여가 지나고 있지만 이곳을 찾는 시민은 찾기 힘들다. 천안시가 565억 원을 투입하며 랜드마크로 성장시키겠다던 도솔광장이 자칫 관리비만 낭비되는 계륵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천안 도솔광장은 조성 당시부터 광장인지 공원인지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이 없었다. 실제 시의 보도자료에서도 여러 차례 광장과 공원이라는 단언가 혼재돼 사용됐다. 본 기자도 광장과 공원을 무의미하게 받아썼다.

광장과 공원은 비슷한 듯 다르다. 광장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장소다. 공원은 사람들이 쉬거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이나 동산을 뜻한다. 모두 사람 중심의 공간이지만 광장이 보다 목적이 뚜렷하다.

서구에서 발달한 광장은 정치광장, 시장광장, 종교광장 등 목적이 분명했으며 때로는 중복의 목적이 동시에 발산되기도 했다.

이들 광장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모이기 편한 데에 있다. 그러나 천안 도솔광장은 유동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있지 않다. 톨게이트 맞은편, 즉 사람이 아닌 차량중심의 혼잡 지역에 위치해 있다. 광장 서쪽에 있는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고는 걸어서 접근하기란 쉽지 않다. 아라리오 조각공원 및 터미널과도 접근성이 떨어져 대학생이나 젊은 층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맞지 않았다.

공원이라면 어떨까? 접근성 면에서 공원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사람들의 휴식을 목적으로 하는 공원은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쾌적한 여건만 갖추고 있다면 찾아가는 시간이 용인된다.

그러나 도솔공원도 어울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이곳은 삼면이 차량통행이 천안에서 가장 많은 대로로 휘감겨있다. 더욱이 이 공원에 조성된 시민의 숲은 한 뼘의 그늘도 만들어내지 못할 정도로 앙상하다. 20여그루의 느티나무가 식재됐지만 6만 1507㎡ 부지에 느티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게다가 왕복 10차선 도로와 마주한 느티나무 밑에 돗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하기는 곤란하다.

결국 공원도 될 수 없는 이곳. 도솔광장 정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목적을 알 수 없는 잔디광장이 그냥 넓은 장소라서 이곳의 최종 명칭은 광장이 됐나싶다. 봄가을은 볕이 뜨거워서, 여름은 무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이 도솔광장은 관상용 광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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