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지금은 해체한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는 노래 만큼이나 각종 사건·사고로도 유명했다. 그들의 일화는 주로 술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오아시스 멤버 노엘 갤러거와 리엄 갤러거가 특히 사랑한 술이 있었다면 기네스를 꼽을 수 있다. 2009년 1월 공연을 마친 뒤 위스키와 진, 테킬라, 럼, 보드카까지 망라한 음주 목록에서 가장 많이 마신 것은 단연 기네스였다. 이날 마신 기네스는 29파인트, 총 1만6천530㎖였다.

두 사람이 기네스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부모가 아일랜드 이민자라 자연스럽게 아일랜드 맥주인 기네스를 좋아하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기네스를 아일랜드 맥주로 보기에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기네스의 창립자는 영국 국교인 성공회 신자였고 영국의 식민 지배를 찬성하는 사람이었다. 기네스 가문은 1913년 아일랜드 자치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무장테러조직에 1만 파운드(약 18억 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흑맥주인 기네스 스타우트는 애초 영국식 흑맥주인 포터(porter)에서 출발했고 기네스 본사는 1932년 이래 아일랜드가 아닌 영국에 있다.

방송사 기자인 조승원 씨가 쓴 신간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다람 펴냄)은 이처럼 팝스타가 사랑한 술 이야기에서 시작해 각종 술의 유래와 역사 등을 들려주는 책이다.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있는 저자가 제이지-비욘세 부부가 사랑한 샴페인과 스팅이 만드는 와인 이야기 등 다양한 음악가와 술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은 젊은 시절 소문난 애주가였다고 한다. 그는 밀주 위스키를 주제로 한 노래 '더 문샤이너'(The Moonshiner)와 '코퍼 케틀'(Copper Kettle)을 발표하기도 했다.

'밀주 위스키 찬양가'라고 할 수 있는 두 곡에는 공통으로 '달'(moon)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위스키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스코틀랜드에서는 1644년 처음으로 위스키에 세금이 부과됐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이를 불합리한 구속으로 여기고 저항했지만, 단속이 심해지자 농부와 증류업자들은 산골짜기로 숨어들었다. 사람들이 가기 힘든 곳에 증류기를 놓고 달빛에 의존해 몰래 위스키를 만들었던 데서 '달빛'은 밀주 위스키를, 밀주 위스키 생산업자는 '달빛지기'(moonshiner)로 불리게 됐다.

332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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