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캠페인] 사람이 함께 웃는 세상
회원들 권익보호 어떻게?
봉사·헌신으로 업무, 일방적 희생 강요... 권리 보장 최우선 가치두고 중점 추진
임금격차, 지역·시설따라 최대 2배 차이... 단일임금제 주장, 대선 공약 반영 노력
앞으로의 과제·해결방안
수동적 복지서 적극·능동적 복지 변화... 현장 목소리 담은 맞춤형 서비스 구축
지역사회 연계 사회복지 자원 개발도... 종사자·자원 확보 숙제, 국가 도움 필요

한때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가 행복해야 국민이 행복합니다’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복지국가를 구현하려는 우리나라의 실상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아직 사회복지사들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낮은 임금과 개선이 요구되는 처우,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웃을 일이 적은 탓이다. 사회복지사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겠다는 이가 나타나 차를 한잔 나눴다. 지난 2월 대전사회복지사협회장에 당선된 이경희 노인전문요양병원 해피존 원장이다.

-회원들의 찬성률이 상당히 높았다. 변화의 바람이 작용한 덕분인가.

“나도 깜짝 놀랐다.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 수가 1200명인데 선거권은 600여명이 갖고 있다. 정확히는 연회비를 3년 이상 납부한 621명이다. 이중 433명이 찬·반 투표를 했고 93%가 내게 찬성표를 던져줬다. 참 고마운 일이다. 선거에 나서면서 2가지를 내세웠다. 하나는 회원들의 권익옹호, 또 다른 것은 전문성 강화다. 권익옹호는 여느 단체의 회장도 회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클라이언트(복지 수혜자)에게 양질의 복지를 제공하려면 사회복지사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빠르게 변하는 복지 환경도 적응해야 한다는 게 주안점이다.”

-회원(사회복지사)의 권익옹호가 어떻게 클라이언트의 복지 수혜가 될 수 있는지.

“사회복지에선 물론 복지 수혜자의 권리가 최우선 가치다. 하지만 이를 행하는 사회복지사의 권익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복지사가 안정돼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결국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사회복지사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복지를 구현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복지는 인간이 인간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유망직종 중 하나가 사회복지사다. 왜일까. 인간과 인간 간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사회복지사들은 많은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해왔다. 하지만 사회는 봉사와 헌신을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됐다. 권익옹호란 매맞는 사회복지사, 처우가 열악한 사회복지사를 좀 더 나은 환경에 놓이도록 해 궁극적으로 높은 수준의 복지체계를 구현하자는 ‘큰 그림’이다.”

-권익 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임금이다.

“지금 사회복지사협회에선 단일임금제를 주장하고 있다. 단일임금제는 단순하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동일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교사나 경찰같은 공무원들은 어떤 분야, 지역에 근무하더라도 동일 임금체계에 따라 같은 월급을 받고 복지를 누린다. 하지만 복지계에 몸담은 사람은, 특히 사회복지사는 지역이나 시설에 따라서 최대 2배까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역아동센터나 노숙자쉼터처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공간에서 복지를 행하는 곳은 임금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체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고나 지자체가 결합된 곳에서 근무한다면 사정은 한결 낫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요양원은 또 성격이 다르다. 요양보험 수가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단일임금제 주장은 궁극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고 일한다면 같은 임금체계를 적용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앙 협회에서도 이번 대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성 강화는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사회복지사는 1년에 8시간씩 보수교육을 받는다. 법제화된 일이지만 제 역할에 대해선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교육으로 방향을 틀 필요가 높다. 사회복지 현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서비스가 수혜자보다 시설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맞춤형 서비스가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동적 복지에서 적극적·능동적 복지로 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현장 지식 연구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이나 복지 환경은 무엇인지 토론이나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사 간 공유하는 것이다. 전문직인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수혜자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지식, 활동 등에 대한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라면 학부나 석사과정에서 교과목으로 이론이라는 축이 세워졌을 것으로 본다. 무릇 이론과 현장에서 느끼는 사회복지는 천지차이다. 실제 필요한 지식이 뭔지 의견을 나누면서 전파하는 기능을 협회가 감당하자는 부분이다.”

-최근 사회복지 트렌드는 지역사회 연계가 주안점이다.


“지역사회를 네트워크로 묶어 사회복지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욕구를 스스로 충족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을 사람들이 숲을 활용한 복지를 원한다고 가정해보자. 수혜자인 주민들은 원하는데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옆 마을과 연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옆 마을에서 원하는 게 다른 마을에 있으면 상호 보완 작용으로 사회복지 네트워크가 갖춰질 수 있다. 사회복지사는 수혜자의 복지 욕구를 어떻게 개발하고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복지서비스의 질을 갑자기 좋아지게 할 수는 없다. 사회복지계를 필두로 각계의 노력이 오랜기간 필요하다. 단기간, 경쟁으로 서비스 향상을 노린다면 경제 논리에 묻힐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사회복지 서비스는 시장화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시장화된 사회복지 서비스를 국고 체계로 바꾸는 역할에 매진하고 싶다. 종사자 확보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지자체나 보건복지부 등 중앙정부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재원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제 논리에 입각한 사회복지는 정말 틀린 것인가.

“얼마 전 기업 경영자를 만났다. 한 복지시설의 인건비가 전체 운영비의 80%에 육박한다고 했더니 비효율적인 조직이라고 하더라. 기업에서 인건비 비중이 20% 이상이면 망조에 들었다고 한다더라. 병원은 사정이 또 다르다. 병원은 기본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40%를 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를 환자에게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양시설이나 복지관은 앞서 말했듯 인건비가 70~80%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하는 서비스다 보니 대체 수단이 없다. 인건비 충당을 겨우 하고 있다면 바람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 예산은 긴축에 가까운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종사자 확보나 전체적인 기관운영에서 자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 전 대전지역의 한 대학에서 경력단절 여성이던 40대 주부가 사회복지사에 합격해 직장까지 얻었다. 희망적이지 않은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사회복지에 생경한 주부가 시험을 통과하고 직장까지 얻었다면 응원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당장 문제에 마주칠 수도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 가장 많은 연령대가 20~30대다. 40~50대 복지사는 찾기 어렵다. 사회복지계에서 40대 이상이 되면 시설의 부장이나 관장이 돼야 생활이 가능할 정도다. 자녀를 교육하고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30대 후반에 다른 직장을 찾아가는 게 많은 이유다. 시설에서 부장이나 관장자리는 수십, 수백개가 아니다. 경쟁을 해야 하고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현장을 떠나는 형식이다. 현장을 잘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교사들은 교감, 교장에 오르지 않아도 평교사로 정년을 맞는 아름다운 퇴장이 가능하다. 복지사도 그런 열린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환경이 선진국 수준에 오른다면 가능할 일이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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