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소극적 자세 ‘아쉬움’
출연연발전 총연합회 후보 검증... 과학기술 현장 목소리 반영 미흡
성과주의예산제 철폐 요구 공약 언급한 당은 정의당 유일
다른 건의사항도 두루뭉술 답변

대선후보가 과학기술 현장의 해묵은 병폐 청산을 두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과학계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에 매몰된 채 창조경제와 다를 바 없이 구호만 외치고 있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1일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이하 연총), 대전지역 과학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뤄진 대선후보 검증에 있어 과학기술 현장 목소리의 반영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대비, 미래창조과학부 개편 등 거버넌스(국가경영) 변화는 예고된 반면 이를 끌어갈 현장 연구환경 개혁안은 찾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1990년대 도입된 PBS제도(성과주의예산제)의 경우 과학계가 대선을 비롯해 총선, 국정감사 등 해마다 철폐를 요구했지만, 공약으로 언급한 당은 아직 정의당이 유일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후퇴한 연구자 정년 환원과 연구 자율성 확보를 위한 기타공공기관 제외 등 과학기술계가 전달한 현장의 건의사항도 ‘공감한다’ 수준의 두루뭉술한 답변이 오가고 있다.

양수석 연총 회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타공공기관 제외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에서 공약으로 수용했지만, 법 개정을 비롯해 부처의 권한 조정 등 연구 자율성 확보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PBS제도의 경우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전면폐지가 아닌 부분 보완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있어 문제점만 인식할 뿐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는 부족해 보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양 회장은 “과학자 정년환원도 마찬가지로 대선후보들이 필요하다 정도의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우수연구원제도 보완과 고경력 퇴직과학자에 대한 활용 등 대책이 미흡했다”며 “과학기술계 현장의 상황, 이야기를 듣고 문제와 대안을 정책으로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선후보의 과학기술 공약이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모든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과학의 중요성을 피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공약이 부족했다는 것이 과학계의 평이다.

정용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따듯한과학마을벽돌한장 대표)는 “각각의 대선후보가 후보자토론회를 비롯한 선거유세에 한 목소리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모든 세상이 바뀔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어떤 공약을 구사할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직까지도 개념이 모호해 지난 정권의 ‘창조경제’ 슬로건처럼 실체 없는 구호나 마케팅으로만 성급하게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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