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화요글밭]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봄꽃을 주제로 하거나 매개체로 활용해 연 축제만 23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일 년 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축제의 도가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뒤르켐(Emile Durkheim)은 축제를 ‘사회적 통합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종교적 형태’라고 규정했다. 뒤르켐과 같은 시대를 산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정신병리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축제는 통합과 질서의 유지라기보다는 ‘금기의 위반, 과도함과 난장트기’로 바라봤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가(Huizinga)는 ‘호모 루덴스’라는 책에서 ‘인간의 유희적 본성이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이 축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잉카제국 시대부터 내려온 태양신을 모시는 페루의 ‘태양제’는 한 해 동안 농작물을 자라게 해준 태양에 감사하며, 풍년을 기원했던 행사다. 종교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어 강력한 사회 통합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지역의 독특한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된 축제도 많다. 야생소가 흔했던 스페인은 소와 싸우는 투우 축제, 길거리에 소를 풀어 놓고 이를 쫓는 산페르민 축제를 통해 자연스레 소의 개체수를 조절했다. 프랑스 프로방스 투우도 기원은 한 가지다. 이것이 지금 문화축제의 자원이 됐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특산물이나 풍습, 문화를 활용해 관광축제를 여는 곳이 많다. 이를 통해 침체됐던 지역경제를 살린 곳도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축제는 관광객 유치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적잖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한 사례를 접하면 축제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예부터 한 마을에 경사스런 일이 생기면 정성스레 마련한 음식을 내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흔히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라는 표현을 쓴다.

과거의 축제는 관광객을 불러와 돈을 버는 장사가 아니라 서로를 축하해주고, 상처를 보듬으면서 아픔을 치료해주는 공동체 속 만남이었다. 브라질의 삼바 카니발, 프랑스 남부의 수레 축제, 독일 뮌헨의 맥주 축제 등도 지금은 세계인이 찾는 관광축제이지만, 처음엔 그 지역 주민 스스로가 즐기는 축제로 시작했다. 지금도 축제는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지만, 지역민을 위한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 서구가 지난해부터 개최해오고 있는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은 구청사 옆에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에서 펼쳐지는 치유(힐링)와 예술(아트)의 축제다.

대전시청사에서 정부대전청사로 이어지는 드넓은 공간에 마련된 두 공원은 인공적이긴 하지만, 서른 살이 다 돼가면서 숲에 버금가는 도심 속 쉼터를 자랑하고 있다. 대전지역 걷고 싶은 가로수길 중 하나이자 소녀상을 볼 수 있기도 한 보라매공원은 지금 손님맞이 새 단장 중으로 하루가 다르게 푸름이 짙어가고 있다.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민속축제는 아니다.

또 지역경제에 초점을 둔 상업성 관광축제는 더더욱 아니다.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치유해주고자 예술을 접목해 마련한 주민참여형 힐링축제로 출발했다.

우리는 흔히 절망의 상황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에 비유한다. 힐링아트 페스티벌의 주무대는 서구청에서 대전시교육청까지 이어지는 보라매공원 460m 길이의 가로수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곳에 형형색색의 LED조명을 활용한 아트빛터널이 만들어진다.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희망과 빛의 터널, 치유의 터널이 되기를 바라며 손님맞이를 준비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