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상자는 사고 진주는 돌려줌>
[박일규 서예이야기]

초(楚)나라 사람이 정(鄭)나라에 진주를 팔러 가면서 진주상자를 아주 화려하게 장식했다. ‘매독환주’는 정나라 사람이 진주를 사고 나서 진주 상자가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상자만 가지고 진주는 되돌려 주었다는 고사에서 전해진다.

춘추전국시대, 묵자(墨子)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주장하는 사상가로 알려졌는데 어느 날, 초나라 왕이 묵자의 제자인 전구에게 말했다. 초나라 왕은 “당신의 스승은 깊은 학식과 바른 몸가짐으로 이름난 사람이지만 다른 학자들에 비해 그리 말을 잘한다고는 할 수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군”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전구가 이렇게 답했다.

전구는 “옛날 초나라 사람이 아주 귀한 옥을 팔러 정나라로 갔습니다”며 “귀한 옥이니 만큼 최고급 나무를 사용해서 화려하게 장식한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옥을 담아갔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정나라 사람은 화려한 상자에 눈이 멀어 그 상자만 사고 옥은 되돌려 주었습니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모두 화려한 말로 꾸미기를 잘하고, 왕들은 또 그 화려함에 현혹돼 정작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보지 못한다. 반면 스승의 말은 세상의 도를 전하는 것으로, 말을 꾸며서 하게 되면 사람들은 단지 그 꾸민 말과 표현에만 주의해 정작 중요한 도는 묻힐 것이다. 그래서 스승의 말은 화려하지 않고 꾸밈이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표현이 바로 ‘상자는 사고 구슬은 되돌려준다’는 뜻의 매독환주이다. 화려한 겉모습에 눈이 멀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버리게 된다는 의미로 안목이 없어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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