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 스님 "누구나 한번은 집을 떠난다" 펴내

▲ 도연 스님.
[판미동 제공]
▲ 도연 스님. [판미동 제공]
▲ 도연 스님.
[판미동 제공]
▲ 도연 스님. [판미동 제공]
"한때는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게 꿈이었죠. 하지만 대학에서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도연(道然·32) 스님은 물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생이 구도의 길을 걷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에세이집 '누구나 한번은 집을 떠난다'(판미동)를 펴낸 스님을 27일 서울 중구 동국대 교정에서 만났다.

지난해 3월 조계종에서 사미계를 받은 도연 스님은 현재 동국대에서 기본 교육과정을 이수 중인 학승 신분이다. 하지만 스님이 '스님'으로 불린 지는 10여 년이 넘었다.

대학 생활에 만족할 수 없었던 스님은 대학교 2학년이던 2006년 명상을 접한 뒤 의식의 변화를 체험하고 작은 불교 종단으로 출가를 결심했다. 이때 받은 법명은 '석하'였다.

스님은 첫 출가에 대해 "눈에 보이는 목표를 위해 경쟁하고 자신의 가치가 성적으로만 평가되는 시스템에서는 공부가 행복을 위한 길이 아니었다"며 "그와 같은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자존감이 낮아지고 관계가 어긋나며 공부에 회의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상이 정해 놓은 스펙을 쌓기보다는 진정한 나를 찾는 새로운 길을 걷고 싶었다"고 출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스님이 세상과 아주 인연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군대를 다녀온 뒤 수행과 공부를 병행하며 2015년 2월 카이스트를 졸업했다. 이후 조계종으로 재출가를 결심하고 '도연'이라는 새 법명을 받았다.

스님은 "출가자 신분으로 카이스트를 다닌다는 게 이른바 '간판'을 바라는 삿된 마음이 아닌지 수없이 고민했다"면서도 "아마도 내 안에 있는 세속적인 마음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데서부터 수행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한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또 조계종으로 재출가한 이유를 묻자 "좀 더 큰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스물에 미련해지지 않으려면 부모를 떠나야 하고 마흔에 어리석지 않으려면 스승을 떠나야 한다"는 다석 유영모 선생의 말씀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현재 봉은사에서 어린이, 대학생, 청년부 지도법사로 활동하는 스님은 자신의 책에서도 자존, 관계, 공부, 소통을 키워드로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조언을 풀어놓는다.

단순히 치유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마음의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은 난관과 이를 극복한 과정을 고백하고 있다.

스님은 "다른 사람의 인정과 외적 목표의 성취에서 오는 자신감이 아닌 스스로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을 갖춰야 한다"며 "단순히 입학과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행복을 위한 공부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자존감의 회복과 행복을 위한 공부의 길로 '출가'를 제시했다.

스님은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찾으려 노력해야 하고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을 떠나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출가는 몸과 마음의 안락함을 제공하는 익숙한 가치관과 관념을 떠나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스님은 "출가는 단절이 아니라 단절을 통해 더 깊은 연결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타인과의 깊은 연결은 새로움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낯섦에서 내 본래 가치를 찾고 관계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는 법이죠. 떨어져 있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게 되고 자기 자신을 알아야 공동체 생활에서도 조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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