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기념일, 대학들 우려 탓 행사 축소·폐지
학생대표만 카네이션 등 꽃 가능, 퇴직선물 서울대교수 적발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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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대학가가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맞는 스승의 날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근 퇴직을 앞둔 한 교수가 후배 교수들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적발되는 등 ‘교수 사회의 정’도 경직되고 있다. 27일 충남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내달 예정된 스승의 날 행사에선 선물은 없애고 카네이션만 준비할 방침이다.

충남대 총학생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첫번째 스승의 날 행사인 만큼 그동안 관행을 없앨 예정이다. 총장·보직 교수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행사도 축소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행사를 마련하지만 꽃만 달아드릴 예정이다”라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선물(금품) 등을 전달하는 것은 법에 저촉돼 더욱 조심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선 사립·국립대 교직원에게 이른바 ‘3·5·10법’이 적용돼 직무연관성이 있을 때 금품을 제공해선 안된다.

이에 따라 대전지역 대학가에선 스승의 날 행사를 최소화하거나 개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서울대 의대에 퇴직을 앞둔 한 교수는 후배 교수 17명에게 약 730만원 상당의 골프채 선물을 받았다. 이들 18명 모두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교수 사회도 청탁금지법을 놓고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지역 A 대학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선진사회로 가는 중요한 사안이지만 단지 제공 금액 기준만 놓고 처벌을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지 의문이 든다”며 “교수들 사이에서 ‘서울대 사례는 오히려 퇴임예정인 교수가 후배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면 처벌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퇴임 뒤에 특강이라도 하려면 후배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엄격한 법 잣대로 교육계에 관행적 금품 제공 행위를 옥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B 대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카네이션이나 선물 등은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취업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스승의 날 행사 등에 집중하기 보다 취·창업에 열중해 성과로 보답하는 게 더욱 기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학가에 이런 반응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경우 카네이션이나 꽃은 허용되고 선물은 성적 평가 등 직무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 저촉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해석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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