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가구 10년 사이 330배 급증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변화를 겪었던 농업과 농촌이 400여년 만에 또 한 번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서구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산업화 과정을 겪은 한국에서도 농업은 1960~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으로 홀대를 받았으나 최근 전 세계에 불어닥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농업과 농촌에서의 삶이 인구 사회적 변화와 수명 연장, 산업 구조의 변화, 높은 삶의 질에 대한 추구 경향 등에 힘입어 인생 설계의 주요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귀농·귀촌 가구 10년새 330배 급증
최근 농업과 농촌에 불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1천여 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5년 약 33만 가구로 급증했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34년이 되면 귀농·귀촌 인구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귀농·귀촌 인구 증가세에 힘입어 1975년 이후 줄곧 감소세이던 농촌 인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전환해 농촌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층의 귀농·귀촌 사례가 증가하고, 신개념 농업으로 고소득을 올리는 스타 농업인까지 출현하면서 농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부도 청년층이 농업과 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귀농·귀촌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2015년 '귀농·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난해에는 '귀농·귀촌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도시민들에게 귀농·귀촌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를 확대 개편하는 한편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운영 중이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던 농업은 지금은 생산과 유통, 가공과 관광이 결합한 고부가가치형 6차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정보통신과 신기술에 익숙한 청년들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농업과 접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미할 경우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 20대 귀촌인이 가장 많아…평균 연령은 40.3세
귀촌 인구가 갈수록 젊어지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2015년 전체 귀촌인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6.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24.8%, 40대 17.4%, 50대 16.5%, 60대 9.0%, 70대 이상 5.8% 등의 순이었다.

귀촌인의 평균 연령은 40.3세로 전년보다 0.2세 낮아졌다. 귀촌인의 귀촌 전 거주 지역 구성비는 경기가 23.9%로 가장 높았고 서울 15.6%, 경남 8.7%, 부산 7.0%, 대구 6.0%, 경북 5.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3.6%로, 전년의 41.6%보다 2.0%포인트 증가했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방에서 서울·수도권으로 이주했으나 이제는 도시 지역 양질의 일자리 감소와 청년 실업률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갈수록 청년 실업률이 심각해지고 고용 없는 성장 추세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에 귀농·귀촌이 청년 실업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귀농귀촌종합센터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올해 7년째 개최하는 귀농귀촌 박람회에서는 청년 창업 지원과 농업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 대응방안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많은 청년이 농촌에서 희망찬 미래를 개척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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