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최강희 못살리는 이야기…긴장감도, 조연도 실종

추리를 하는데 하품이 나온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순간순간 바짝 긴장되고 손에 땀이 흘러야하는데, 이 무슨 소가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은 장면들의 연속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보면 나아질까 했지만, 별 가망은 없어보인다.

KBS 2TV 수목극 '추리의 여왕'이 제목과 캐스팅에서 오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수목극 시청률 1위인 게 신기할 정도. 지난 26일 '추리의 여왕'은 10.7%,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는 7.8%, MBC TV '자체발광 오피스'는 6.8%로 나타났다.

시청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추리의 여왕'은 앞으로 더 분발해야할 듯 하다.

◇'미스 마플'을 기대한 게 잘못

탐정이 되고 싶어하는 아줌마가 주인공이라고 하니,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을 기대했다. 7부까지 방송된 현재 '미스 마플'에 미안해진다.

'미스 마플'은 아줌마를 넘어 할머니 탐정의 이야기. 체력은 바닥이나, 두뇌 회전과 연륜, 경험은 반짝반짝 빛나는 푸근한 할머니 탐정의 활약이 귀엽고 산뜻하다.

'추리의 여왕'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삼시세끼 밥상을 차려야하는 주부 설옥(최강희 분)이 취미로 탐정놀이를 하는 이야기다.

주부가 시어머니 눈을 피해 동네 파출소장을 도와 사건사고를 해결하는 구도는 깜찍하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깜찍한 구도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짜증나는 구도로 전락시켜버렸다.

설옥이 시어머니 몰래 추리를 하러 다닌다는 점은 잊을 만 하면 뿌려지는 양념에 머물렀어야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무게 중심 조절에 실패하면서 시어머니만 등장하면 시청자가 버럭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설옥의 주부로서의 면모가 제대로 부각된 것도 아니다. 아이도 없고, 남편은 거의 집에도 없다. 요리나 살림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최강희는 펑퍼짐한 옷을 입고 등장할 뿐, 극중 "아줌마"라고 불리는 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권상우는 왜 캐스팅했을까

제목이 '추리의 여왕'이니 여배우에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런 드라마에 한류스타 권상우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뭔가 다른게 있나 기대가 됐다.

1~2회까지는 궁금증이 살아있었다. 경찰대를 졸업한 엘리트이나 현장에서 동물적 감각으로 뛰는 열혈형사 완승 캐릭터가 권상우와 어울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는 도대체 권상우를 왜 캐스팅했을까 질문하게 만들고 있다. 명색이 엘리트 형사인데 완승은 동네 아줌마 설옥 앞에서 번번이 '바보'로 전락하고 있다. 그 대비가 심각한 수준.

설옥의 추리능력이 상상이상인 점 때문에 완승이 더욱 형편없어 보이는 것인데, 이런 식의 구도라면 몸값 비싼 권상우에게 완승을 맡길 필요가 없었다.

권상우로서는 앞서 출연했던 '대물' '야왕' '유혹' 등을 떠올리며 '추리의 여왕'에 합류했을 듯하다. 고현정, 수애, 최지우 등 여배우의 비중이 좀더 컸던 작품이었으나, 권상우는 이들 작품에서 여배우를 받쳐주면서 자신의 몫도 확실히 챙기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러나 '추리의 여왕' 속 권상우는 왜소하기 짝이 없다. 비중을 떠나 역할 자체가 그러하다.

◇한없이 늘어지는 이야기…조연을 살리지도 못해

결정적으로 추리극인데 긴장감이 없다. 이야기가 한없이 늘어진다. 치고 빠지는 묘미라도 있어야하는데 그냥 내내 '라르고'로 연주된다.

무겁게 처지지 않고 경쾌함을 유지하려는 의도였을 텐데, 경쾌함과 발랄함은 일찌감치 실종됐고 보는 사람이 민망하게 늘어지기만 한다.

장면과 장면 사이 불필요한 공백이 많고, 급박한 상황임에도 최강희의 동그란 두 눈동자만 클로즈업된다.

조연을 살리지도 못한다. 눈에 띄는 배우들을 곳곳에 캐스팅했음에도 활용도가 제로에 가깝다. 한마디로 제작진이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은 인상이다.

그렇다고 한국 드라마가 위기 상황을 돌파할 때 치는 MSG인 멜로를 살릴 수도 없다. 불륜 드라마도 아니고, 유부녀 설옥과 총각 완승의 조화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이렇게 되니 최강희와 권상우를 굳이 붙여놓을 이유도 사라진다.

스타를 내세우고 싶었겠지만, 이런 이야기라면 더 나이 많은 아줌마 배우와 그에 비해 스무살은 어린 남자 배우의 조합이 더 어울렸을 듯 하다.pretty@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