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충남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수요광장]

최근 대선 후보자토론회가 시작되면서 세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과거에 비해 단기간 내에 치러지고 있고 후보의 수도 많기 때문에 후보자토론회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알아가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후보자토론회에는 공직선거법에 근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토론회가 있고, 그 밖에 각종 언론기관이나 단체가 자발적으로 주관하는 토론회도 있다. 그런데 과거의 토론회, 특히 법정 후보자토론회는 지나치게 공정성에 치중함으로써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실시된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실시될 법정 토론회에도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스탠딩 토론 등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실 후보자토론회는 정책선거를 제대로 실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이다. 정책선거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 즉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하나하나 모두 검토하고 그것을 비교 분석해, 가장 좋은 정책을 내세운 후보를 찾아 투표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는 유권자에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선거를 실현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관심 있는 이슈나 정책 분야에서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후보자토론회에서 이루어지는 후보 간 상호 질문과 검증은 유권자에게 바로 그러한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후보자토론회, 특히 TV토론회가 정책선거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미지 정치를 부추기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간 제약 상 깊이 있는 상호토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시청자들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공약의 내용보다는 후보들의 답변하는 태도, 몸짓 등 이미지를 더 중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18대 대선 TV 후보자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는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동정표를 더 얻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비판적 입장이 전혀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비판을 뒷받침해 주는 경험적 근거 또한 없다. 물론 유권자들이 정책 내용만 보는 것은 아니고, 후보들의 태도와 몸짓도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가 정책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고, 결국은 정책 내용 및 토론과 관련하여 만들어지는 이미지이다. 즉 토론회에서 만들어지는 후보의 이미지란 내용물(정책)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것은 후보자토론회 ‘때문’이 아니고, 후보자토론회에서 드러난 부정적 모습에도 ‘불구하고’ 승리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현재의 후보자토론회 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공정성의 틀에 묶여 있다는 점, 그리고 일정 조건 이상의 후보를 모두 초청함으로써 5명 혹은 그 이상의 후보가 출연해 토론의 초점이 분산된다는 점 등은 향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조합으로 2명 혹은 3명만의 후보를 대상으로 하는 토론회를 수차례 개최해 보다 밀도 있는 정책토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도 한국의 후보자토론회 방식과 토론 문화가 과거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후보자토론회가 한국에서 정책선거를 정착하는 데 앞으로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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