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근 대전문학관장
[투데이포럼]

참사가 난 지 1091일 만에, 세월호는 오리무중의 안개 속을 헤매다가 목포 신항에 인양되었다. 지난 4월 16일에는 유족과 슬픔을 같이 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팽목항과 목포 신항에 모여 3주기 애도 집회를 가졌다. 유력 대선 후보자들도 참석하여 애도하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였다. 그런데 유독 진정한 보수를 자처하는 한 후보만이 불참하였다.

“더 이상 세월호를 우려먹지 말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 불참의 이유였다. 이 후보는 최근에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에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을 해왔다.

그 주장의 요체는 세 가지다. ‘세월호를 왜 이 시점에서 인양하여 정치에 이용하느냐? 세월호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는 단초가 되지 않았느냐? 세월호는 서해 페리호 사건 등 다른 해난사고와 같다’는 것이다.

이 후보에게 되묻고 싶다. 시급한 세월호의 인양이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시기를 조절해야 할 사안인가?

당신이 유족이라면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가? 당신이야 말로 득표를 위해 양심에 반한 정치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또 묻겠다. 책임의 소재를 박근혜 정부에게 묻지 말아야 하는가?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각 어디론가 잠적했다는 대통령의 일곱 시간의 미스터리에 대한 세간의 설왕설래를 악의적인 유언비어라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72시간 동안 허둥대다가 단 한 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고, 아니 지금껏 시신마저도 다 찾지 못한 책임을 어디엔가 묻기는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이며 대통령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사건이 단순한 과거의 유사사건에 불과한 것인가? 이번 참사의 진상규명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중병에 들게 한 병인을 제거하자는 것이 종북주의자들의 상투적인 억지 주장이며 폭동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이 후보에게, 한국을 방문한 교황이 왜, 한국에서 느낀 두 가지 문제로 '분단국가'와 '세월호 참사'를 들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대선 주자들의 토론을 보고 있으면 개그를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난다는 국민들도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검증을 빌미로 양심에 반하는 신물 나는 구태의 네거티브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법의 감옥은 피할 수 있지만 양심의 감옥은 피할 수 없다. 대선주자들이여, 먼저 양심의 법정의 심판을 받고 나서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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