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남 대전 유성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시선]

'집단지성(集團知性)'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지식축적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지능이라고도 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 '집단의 지혜'가 '소수 전문가들의 지혜'를 능가한다는 것이 집단지성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위키피디아, 네이버 지식인, 빅 데이터 등이 있다. 집단지성이라는 용어는 1910년대 하버드대학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그는 하나의 개체로는 매우 미미한 흰개미들이 공동체로서 협업을 통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근거로 개미는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하면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개체의 지적수준이나 내용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지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과학용어에서 출발한 집단지성은 컴퓨터의 발달과 정보혁명, 특히 SNS의 폭발적인 파급력 등으로 이제는 모든 산업과 지식,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는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난 시대 ‘민심은 천심’이라는 실체를 종잡을 수 없었던 막연하고 어렴풋한 명제가 이제는 집단지성이라는 실체적 모습의 형태로서 새로운 민심으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정신과도 상통하고 민주주의 이념에도 근접한 새로운 만능열쇠 같은 집단지성의 등장으로 우리의 산적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그런 집단지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체험하고 검증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거다. 선거야말로 실시간으로 순간순간 살아있는 민심이며 여론이고, 집단지성이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우리나라의 지도자로 누가 좋을지 신(神)이나 정치학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일반국민들의 집단적 결정이 더 옳고 합리적이며 정통성이 있다는 증명인 것이다. ‘보통선거'의 원칙은 이처럼 집단의 지혜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다. 집단지성은 위로부터 만들어진 계획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선거에서 집단지성이 고도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고 언론·출판의 자유가 고도로 보장되며 활발한 토론문화의 정착이 필수적이다.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네편, 내편 갈라 무조건 상대를 적대시하는 과거정치의 구습은 하루빨리 청산돼야 한다. 특히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저급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은 선거의 판 자체를 흐리는 정치후진국의 독소적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제19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만큼 한 표의 소중한 권리가 크게 부각된 선거는 없었으며, 유권자의 집단지성이 고도로 발현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선거도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5월 4·5일은 사전투표일이고, 5월 9일은 투표소 투표일이다. 이번 선거에는 국민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깨어있는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나의 양심과 우리의 양심이 모여서 정의와 자유, 그리고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아름답고도 행복한 대한민국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완성된 집단지성의 예술을 이번 선거에서는 꼭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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